[창조관광] 중국어랩으로 한국의 멋·맛 알리다

[성공기업탐방21] 중국에 한류 전파 '트립클립'
중국어 랩 넣은 뮤비 만들어
국내 여행지·문화상품 소개
현지 조회수 100만뷰 돌파
올해 50만 중국 팔로어 목표
양국 문화교류 앞장서고파
  • 등록 2015-10-02 오전 6:45:00

    수정 2015-10-02 오전 6:45:00

심유헌 트립클립 대표. 트립클립은 중국어로 제작한 힙합 뮤직비디오를 동영상 사이트에 올려 한국관광을 홍보하는 스타트업 회사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 패러다임은 정부3.0이다. 개방·공유·소통·협력을 바탕으로 국민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자리 창출과 창조경제를 지원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 관광분야에서도 창조경제 실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관광산업의 융·복합을 위한 다양한 사업이 그 일환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사업은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이다. 2011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관광부문의 창업과 연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 아래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을 실시하고 있다. 공모전의 성과는 눈부시다. 4년간 총 260건의 창조관광사업을 발굴, 그중 170개의 아이디어를 사업화했다. 또 501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성과를 올렸다. 이데일리는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와 공동으로 공모전에 당선한 업체 중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업체를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트립클립이 제작한 콘텐츠를 서울 양평동 한 작업실에서 녹음하고 있다.


◇중국어 랩으로 ‘한국’ 알리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에 둥지를 튼 트립클립(www.tripclip.kr). 2014년 창조관광공모전에서 입선한 스타트업 기업이다. 굳이 구분하자면 바이럴마케팅 회사다. ‘바이럴마케팅’(viralmarketing)은 컴퓨터 바이러스처럼 확산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 기업이 직접 홍보하지 않고 소비자의 이메일 등 SNS를 통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일종의 입소문마케팅인 셈이다. 얼마 전 국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상품 허니버터칩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트립클립의 마케팅도구는 뮤직비디오다. 유튜브 등 무료 동영상 공유사이트에 직접 제작한 동영상인 ‘뮤직비디오’를 올린다. 주요 내용은 한국관광 관련 콘텐츠다. 창업자 심유헌(33) 대표가 직접 작사·작곡해 랩을 하고 노래도 한다. ‘CM 송’(광고음악)인 셈. 다만 CM 송이 상품홍보에 치중해 철저히 상업적 성격이라면 트립클립은 정보와 재미, 추억까지 담은 정보제공형이라는 게 다른 점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노래에 쓰는 언어가 중국어라는 것.

심 대표는 “트립클립은 콘텐츠 제작회사”라고 딱 잘라 소개한다. 이어 “중국어로 한국의 여행지·문화·상품정보를 랩으로 소개하는 게 핵심 콘텐츠”라며 “뮤직비디오 형태로 홍보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만큼 한국과 중국에 대한 이해, 음악과 영상에 대한 센스를 동시에 가지고 있어야 하는 복합적인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음악은 관광상품으로 매우 효과적인 마케팅도구다. 2012년 발표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대표적. 노랫말처럼 ‘뛰는 놈, 나는 놈, 뭘 좀 아는 놈’에 지구촌이 흥에 겨워 몸을 흔들었다. 빌보드 차트 2위라는 대기록을 세우고, 동영상 조회 수는 세계 최초로 15억 건을 돌파했다. ‘강남스타일’의 성공은 관광산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세계인의 이목이 강남으로 집중됐기 때문. 뉴욕타임스, 독일 공영방송 ZDF 등을 필두로 싱가포르·필리핀 등 세계 유수의 언론사가 ‘강남스타일’을 주제로 한국과 서울을 취재해 갔다. 또 2013년 한 해 동안 500만여명의 외국인관광객이 강남을 찾았다. 전년과 비교할 때 4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강규상 한국관광공사 창조관광벤처팀장은 “트립클립의 동영상 바이럴은 한국의 관광지와 먹거리, 즐길거리 등 유용한 정보를 흥겨운 중국어 랩과 노래로 제공한다는 면에서 다양한 가치를 지녔다”면서 “기존 딱딱한 정보제공형 콘텐츠보다 여행의 소소한 내용까지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심유헌 트립클립 대표가 직접 작사·작곡·제작한 ‘별에서 온 그대 한국 촬영지 소개’ 뮤직비디오.
◇무명 힙합그룹에서 사업가로 변신

심 대표는 무명의 인디 힙합그룹 출신. 2007년 결성한 언더그라운드 3인조 힙합팀 판타스틱도스의 멤버였다. 대중에겐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홍대에선 제법 유명한 팀이었다. 심 대표는 팀에서 작사·작곡, 랩메이킹을 담당했다. 하지만 군생활 2년과 해운업에 종사하는 직장인으로서의 5년이 자연스럽게 음악과 멀어지게 했다. 심 대표는 “스물다섯 살에 꿈꾸던 나의 모습은 음악도 하면서 회사도 다니는 멋진 모습이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면서 “매일 반복하는 야근에 음악은커녕 한 몸 버텨내기도 버거웠다”고 회상했다.

음악을 다시 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다니던 회사가 어려워지면서부터. “나름대로 직장인으로 5년간 근무하면서 여러 경험을 쌓았다고 생각했다. 마침 해운업의 위기가 있었고 모두가 이직을 할 때 홀로 창업을 했다.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로 앞길을 스스로 열어가자는 욕구가 강했던 것 같다.” 우연히 인터넷으로 본 ‘창조관광공모전’은 음악에 대한 열정을 되살린 촉매제였다. 그는 “중국인 친구에게 한국에 대해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소개해주고 싶었다”면서 “한국에 관한 정보를 중국어 랩으로 들려주면 귀에 쏙쏙 박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게 아이디어의 시작이었다”고 했다.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연결하는 건 쉽지 않았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중국 내 한국콘텐츠 분석. 유튜브와 중국 전용 동영상 사이트에 올라간 한국관광 영상콘텐츠를 모두 확인했다. 분석결과 유독 중국 내에서만 홍보콘텐츠의 조회 수가 낮은 것을 발견했다. 당시 심 대표가 내린 결론은 ‘중국인은 콘텐츠에 자막만 입힌 영상에는 반응하지 않는다’였다. 심 대표는 중국인이 관심을 가질 만한 ‘별에서 온 그대’ ‘펑리위안’ 등을 적극 활용해 음악을 만들기로 했다. 그는 “사실 한국관광공사에서도 어떻게 만들어질까 의구심을 표했다”면서 “하지만 ‘한류스타가 강남구에 차린 맛집’ ‘별에서 온 그대 한국 촬영지 소개’ ‘펑리위안 방한 소프트 외교 코스’ 등을 주제로 작사·작곡·번역·시연해 만든 중국어랩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제작하자 2차지원을 해주는 등 전적으로 신뢰했다”고 설명했다.

직접 작사·작곡한 곡에 중국어 가사와 랩을 붙여 녹음하고 있는 심유헌 트립클립 대표. 트립클립은 중국어로 제작한 힙합곡 뮤직비디오를 동영상 사이트에 올려 한국관광을 홍보하는 스타트업 회사다.


◇‘홍보·재미’ 두 토끼로 중국 내 조회 수 100만뷰

중국인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중국 내 통합 조회 수만 100만뷰를 넘어섰다. 심 대표는 “중국인이 트립클립 콘텐츠를 매우 흥미롭게 본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지루한 홍보콘텐츠와는 확실하게 차별화한 재미가 있다는 점이 트립클립의 강점”이라면서 “한국인이 중국어로 랩을 하면서 한국을 소개하는 뮤직비디오를 만들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겠나”라고 되물었다. 심 대표는 “우리 콘텐츠는 100% 맞춤형이다. 고객별 특성에 맞출 뿐만 아니라 중국 내 이미지에 대한 시장조사를 토대로 만들어 정확한 타기팅을 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어려움도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선배기업이 없어 시장진출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중국인관광객 수가 늘어나면서 중국에 홍보를 하고 싶어 하는 지자체나 기업도 늘어났지만 막상 중국 맞춤형 콘텐츠를 제작하는 기업은 없다. 하지만 정작 우리 콘텐츠를 보고 즐기는 중국인이 많다는 통계가 있어도 지자체나 기업을 설득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아마도 새로운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 문화 탓인 듯하다. 이들의 생각을 바꾸고 설득하는 게 가장 힘들었고 지금도 그렇다.”

그래도 상황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편. 올해 CJ E&M 창조문화센터 개소식에 우수기업으로 초대받는 등 주위에서 반응이 일고 있다. 얼마 전에는 외교부에서 주최한 ‘우리 모두가 공공외교관’에도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게임업체인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중국 바이럴 홍보영상을 제작했고, 올해는 한국인삼공사의 제품인 정관장의 중국 바이럴 홍보영상을 제작했다.

◇한·중 버전 동시 제작 추진

매출도 조금씩 오르고 있다. 창업 첫해인 지난해에는 매출이 거의 없었지만 올해는 3000만원을 넘어섰다. 심 대표는 “이제 시작인 만큼 매출 규모보다 시장에서 반응이 오고 있다는 게 의미 있는 일”이라고 했다. 앞으로 중국에 홍보하고자 하는 지자체와 기업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홍보를 할 예정이라는 그는 “‘한국드라마 내 한국어 한마디’ ‘한국노래 중국어로 바꿔 부르기’ ‘서울맛집 투어’ 등 다양한 자체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이어 “현재 5만여명의 중국 팔로어를 확보했지만 올해 안에 50만명을 목표로 채널파워를 키워갈 것”이라며 “한국과 중국의 자연스러운 문화교류를 통해 한국어버전, 중국어버전을 동시에 발매하는 등 좋은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계속 제작하고 싶다”고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트립클립이 제작한 콘텐츠를 서울 양평동 한 작업실에서 녹음하고 있다.


심유헌 트립클립 대표가 직접 작사·작곡·제작한 ‘별에서 온 그대 한국 촬영지 소개’ 뮤직비디오
심유헌 트립클립 대표가 직접 작사·작곡·제작한 ‘별에서 온 그대 한국 촬영지 소개’ 뮤직비디오
심유헌 트립클립 대표가 직접 작사·작곡·제작한 ‘펑리위안 방한 소프트 외교 코스’ 뮤직비디오.
심유헌 트립클립 대표가 직접 작사·작곡·제작한 ‘펑리위안 방한 소프트 외교 코스’ 뮤직비디오.
심유헌 트립클립 대표가 직접 작사·작곡·제작한 ‘한류스타가 강남구에 차린 맛집’ 뮤직비디오.
트립클립의 심유헌 대표가 직접 작사·작곡·제작한 스타가 강남구에 직접 차린 맛집 소개 뮤직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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