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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사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 브리핑에서 약 15분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불법적이고 무도한 행위를 저질렀다”며 이처럼 밝혔다. 북한이 유엔에서, 그것도 영어로 기자회견을 자청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번 와이즈 어니스트호 압류 사건을 중대 사안으로 정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향후 대북제재 완화를 연두에 둔 일종의 ‘여론 환기’ 차원으로 보는 해석도 있다. 앞서 미 법무부는 지난 9일 북한 석탄의 불법 운송 등 대북(對北) 제재 위반 혐의로 와이즈 어니스트호에 대해 몰수소송을 제기했으며, 이를 위해 압류조치를 강행했다. 이에 북한은 그동안 외무성 대변인 담화 등을 통해 미국 측에 와이즈 어니스트호의 반환을 지속 요구해왔다.
김 대사는 회견에서 “이번 사건은 북한에 대한 극단적인 적대 정책의 산물”이라며 “우리는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고 미국을 겨냥했다. 더 나아가 “미국의 행위는 ‘최대의 압박’을 통해 우리를 굴복시키려는 계산의 연장선에 있다”며 “새로운 (북·미) 양자관계 구축을 약속한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희망과 정신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화물선 압류를 법적 기반으로 하는 미국의 일방적 제재와 국내법은 분명히 불법”이라고도 했다.
김 대사는 회견문 발표 이후 취재진으로부터 ‘이번 압류 사건이 북·미 대화에 미칠 영향’ ‘제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 등은 물론 북한에 억류됐다가 석방 직후 목숨을 잃은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에 대한 사과 계획 등 민감한 질문을 받았지만, “이번 회견은 미국의 화물선 압류에 관한 것”이라며 입을 다물었다. 다만, “이번 사건은 6·12 공동성명의 정신을 부정하는 것”으로 “모든 것은 미국에 달렸으며, 우리는 미국의 반응을 예리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북한·시에라리온 국적으로 이중 등록된 선박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올해 초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산 석탄 2만5000톤(t)가량을 실은 이 선박이 작년 4월 인도네시아 당국에 의해 억류됐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이 선박을 인도네시아로부터 넘겨받아 압류했으며 11일 미국령 사모아의 수도 파고파고 항구에 예인했다. 압류 당시는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도발 직후 나온 조치여서 주목됐다. AP통신 등 미국 언론들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로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한 지 몇 시간 뒤 발표됐다”며 “미묘한 시점에 이뤄진 조치”라고 평가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