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하(사진)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 실장은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금감원 본원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7월 18일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특사경은 곧 ‘첫돌’을 맞이한다. 당시 영화 ‘돈’에서 사법경찰권이 없어 번번이 주식 불공정 거래를 한 ‘번호표’(유지태)와 이를 도운 증권사 직원 조일현(류준열)에 접근하지 못했던 금감원 한지철(조우진) 수석검사역에 앞으로는 힘이 실릴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지난 1996년 증권감독원에 입사한 황 실장은 금감원으로 통합된 후에도 금융투자감독국과 검사총괄국, 조사기획국 등 주로 자본시장 관련 업무를 담당해왔다. 그가 특사경을 이끄는 초대 수장으로 발탁된 이유다.
황 실장은 “특사경이 출범 이후 다수 사건을 수사해 검찰에 송치하고 포렌식 등 인프라도 착실히 구축했다”면서 “비교적 짧은 기간임에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활약상에 학점을 매기자면 어려운 수사여건 속에서 열정을 쏟아부은 직원들의 노고를 고려해 ‘A 학점’을 주겠노라고 말했다.
황 실장은 “기업분석 보고서를 이용한 사익취득 행위가 부정거래에 해당한다는 사법적 판단을 최초로 이끌어내 향후 동일 유형 범죄 대응에 ‘리딩 케이스’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사경 직원들에게 1호 사건이 가지는 의미는 각별하다. 일거수일투족이 ‘첫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황 실장 역시 지난 1년을 돌이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수사 개시 이후 한 달 만에 이뤄진 첫 압수수색 날(2019년 9월 18일)을 꼽았다. 대내외적으로 특사경이 1호 사건을 수사 중임을 알린 날이기도 하다.
황 실장은 혹시나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각별히 보안을 신경 쓰는 한편 사전 현장 답사를 통해 동선까지 미리 짜놓아야 했다고 술회했다. 증거인멸 등 압수수색을 무력화하는 범죄자들과 수 싸움에 밀리지 않으려 서울남부지검 지원을 받아 3~4명의 수사인력을 오씨 사무소와 자택 등 5곳에 분산해 투입하는 치밀한 전술을 썼다. 특히 오씨가 근무하던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9시간에 걸쳐 고강도 압수수색을 벌였다. 혐의를 부인하던 오씨와 이씨 입을 열게 한 것도 이때 확보한 자료들 덕분이라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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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추천으로 서울남부지검 지명을 받아 금감원 본원 내 설치된 특사경에서 활동하는 직원은 총 10명이다. 통상 압수수색에는 20명 이상 수사인력을 투입한다. 3~4명이 조를 구성해 각 압수수색 장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까닭이다. 이에 금감원은 적어도 5명의 수사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금융위원회는 단기간에 특사경 조직이 커지는 데 신중한 입장으로 전해졌다.
특사경은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킥스)’ 가입도 희망하고 있으나 이 또한 주무부처인 법무부 등이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2010년 개통된 킥스는 법원, 법무부, 검찰, 경찰이 표준화된 정보시스템에서 수사, 기소, 재판, 집행업무를 수행하고 그 결과 생성된 정보와 문서를 공동으로 활용하는 전자적 업무관리 체계다. 황 실장은 “특사경이 진정한 ‘자본시장 파수꾼’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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