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특사경 첫돌…"수사 능력은 입증, 인력 확충은 과제"

황진하 초대 실장 인터뷰
  • 등록 2020-07-15 오전 1:00:00

    수정 2020-07-15 오전 1:00:00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특사경’ 출범 이후 검경 수사권 조정부터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 폐지까지 수사환경에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증권범죄 수사역량 제고 측면에서 특사경이 좀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 간 협력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황진하(사진)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 실장은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금감원 본원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7월 18일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특사경은 곧 ‘첫돌’을 맞이한다. 당시 영화 ‘돈’에서 사법경찰권이 없어 번번이 주식 불공정 거래를 한 ‘번호표’(유지태)와 이를 도운 증권사 직원 조일현(류준열)에 접근하지 못했던 금감원 한지철(조우진) 수석검사역에 앞으로는 힘이 실릴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지난 1996년 증권감독원에 입사한 황 실장은 금감원으로 통합된 후에도 금융투자감독국과 검사총괄국, 조사기획국 등 주로 자본시장 관련 업무를 담당해왔다. 그가 특사경을 이끄는 초대 수장으로 발탁된 이유다.

◇1호 사건 성공리에 일단락…“수사권 오남용 우려도 불식”

황 실장은 “특사경이 출범 이후 다수 사건을 수사해 검찰에 송치하고 포렌식 등 인프라도 착실히 구축했다”면서 “비교적 짧은 기간임에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활약상에 학점을 매기자면 어려운 수사여건 속에서 열정을 쏟아부은 직원들의 노고를 고려해 ‘A 학점’을 주겠노라고 말했다.

특사경은 현재까지 10여건의 사건을 진행 중이거나 종결했다. 이 중 2건을 검찰에 송치했는데 1건에 기소의견을, 나머지 1건에 불기소의견을 달았다. 전자가 특사경 1호 사건으로 잘 알려진 대형 증권회사 애널리스트가 주도한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건이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10일 A증권사 전 연구원 오모(39)씨에게 징역 3년과 벌금 5억원을, 공범인 친구 이모(39)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황 실장은 “기업분석 보고서를 이용한 사익취득 행위가 부정거래에 해당한다는 사법적 판단을 최초로 이끌어내 향후 동일 유형 범죄 대응에 ‘리딩 케이스’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사경 직원들에게 1호 사건이 가지는 의미는 각별하다. 일거수일투족이 ‘첫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황 실장 역시 지난 1년을 돌이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수사 개시 이후 한 달 만에 이뤄진 첫 압수수색 날(2019년 9월 18일)을 꼽았다. 대내외적으로 특사경이 1호 사건을 수사 중임을 알린 날이기도 하다.

황 실장은 혹시나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각별히 보안을 신경 쓰는 한편 사전 현장 답사를 통해 동선까지 미리 짜놓아야 했다고 술회했다. 증거인멸 등 압수수색을 무력화하는 범죄자들과 수 싸움에 밀리지 않으려 서울남부지검 지원을 받아 3~4명의 수사인력을 오씨 사무소와 자택 등 5곳에 분산해 투입하는 치밀한 전술을 썼다. 특히 오씨가 근무하던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9시간에 걸쳐 고강도 압수수색을 벌였다. 혐의를 부인하던 오씨와 이씨 입을 열게 한 것도 이때 확보한 자료들 덕분이라는 후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9년 7월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본원에서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 현판식을 열었다. (사진=금감원)
◇효율적 수사 위해 인력 확충 필요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신중

황 실장은 출범 당시 제기된 수사권 오남용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에도 주의를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돌다리를 두들기듯 신중한 수사를 했다”면서 “형사소송법상 적법절차를 준수하고 피의자 등의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1년간 특사경 조직 운영 경험상 현재의 본원 특사경 인력 규모로는 갈수록 증가하는 증권범죄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수사인력의 점진적 확대를 포함해 개선 필요 사항에 대해 금융위, 검찰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추천으로 서울남부지검 지명을 받아 금감원 본원 내 설치된 특사경에서 활동하는 직원은 총 10명이다. 통상 압수수색에는 20명 이상 수사인력을 투입한다. 3~4명이 조를 구성해 각 압수수색 장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까닭이다. 이에 금감원은 적어도 5명의 수사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금융위원회는 단기간에 특사경 조직이 커지는 데 신중한 입장으로 전해졌다.

특사경은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킥스)’ 가입도 희망하고 있으나 이 또한 주무부처인 법무부 등이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2010년 개통된 킥스는 법원, 법무부, 검찰, 경찰이 표준화된 정보시스템에서 수사, 기소, 재판, 집행업무를 수행하고 그 결과 생성된 정보와 문서를 공동으로 활용하는 전자적 업무관리 체계다. 황 실장은 “특사경이 진정한 ‘자본시장 파수꾼’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해달라”고 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이 작년 9월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A증권사 리서치센터를 압수수색한 후 건물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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