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도계위 '딴청'에 재건축 조합 '끓는다 끓어'

초과이익환수제 시행 눈앞인데
툭하면 위원들 심의 일정 연기
잠실5단지 한달이상 늦춰지기도
"사업 손실 어쩌나" 조합원들 분통
포괄적인 심사 기준도 조합에 발목
"심사 세분화하고 탈락사유 공개를"
  • 등록 2017-09-06 오전 5:31:00

    수정 2017-09-06 오전 7:20:26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이제 가봐야 합니다. 수업시간이 다 돼서….” 지난달 30일 오전 7시에 열린 서울시 제15차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에서 회의가 시작된 지 두 시간이 조금 지나자 참석했던 위원(대학 교수·연구원 등 외부 전문가)들이 하나 둘 자리를 떴다. 이 회의는 2주 전 열린 14차 회의에서 주요 안건으로 올라왔지만 시간 부족으로 논의하지 못했던 재건축 계획안 등을 다시금 다루기 위해 임시로 열린 자리였다. 특히 6개월 만에 도계위 테이블에 올라 온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계획안 통과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지만 위원들이 일찍 자리를 뜬 탓에 결국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고 또다시 오는 6일로 심의가 미뤄졌다. 조합 측은 “차일피일 미루는 서울시 심의를 더이상 못믿겠다”고 반발하며 오는 17일까지 서울시청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기로 했다.

재건축·재개발 등 주택정비사업에 대한 자문·심의를 맡고 있는 서울시 도계위의 무책임한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세금 폭탄’이 될 수 있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시행 시기가 내년 초로 성큼 다가온 상황에서 까다로운 심의 기준을 적용하고, 개인 일정 등으로 심의조차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일부 재건축 조합은 서울시 도계위가 수천 가구의 명운이 걸려 있는 재건축·재개발사업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강남 재건축 단지 ‘저승사자’ 도계위

도계위는 개별 재건축 단지 정비계획을 비롯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구역 지정·해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등 도시계획 전반에 관한 사항에 대한 자문·심의를 맡고 있는 기구다. 조례에 따라 25~30명의 위원들로 구성된다. 현재 위원 수는 모두 27명이며, 이 중 대학교수와 연구원 등이 15명으로 가장 많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수립한 도시계획이라도 도계위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물거품 되기 때문에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조합에게는 ‘저승사자’로 까지 불린다.

심의 통과 기준도 까다롭다. 조례상으로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절반 이상이 찬성해야 의결되지만 회의에서는 안건이 대부분 만장일치로 통과되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 관계자는 “위원들이 각자 전공분야에 따라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사안이 중대할수록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최종 결론은 일반 거수나 투표 형식이 아닌 다수 의견에 대해 소수가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끝나게 된다”고 말했다.

최고 49층 높이로 재건축을 추진 중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지난달 재건축 심사 과정에서 계획안이 논의조차 되지도 못하고 거부당했다. 업계 관계자는 “도계위의 미심의 결정은 서울시의 ‘최고 층수 35층’ 룰을 준수하지 않으면 결단코 정비계획안이 통과할 수 없는 것을 보여주는 일종의 액션”이라며 “은마아파트 조합이 아파트 최고층 높이를 35층 이하로 계획안을 수정하지 않으면 재건축은 아예 물건너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 손실 책임질거냐” 조합들 분통

이처럼 재건축 단지의 운명이 도계위 손에 달려 있지만 느긋한 행태를 일삼아 사업 진척을 늦추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지난달 2일 예고됐던 도계위는 여름휴가 시즌을 이유로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2주 뒤에 열린 회의에서는 심의 시간 부족을 이유로 8개 단지의 재건축 심의가 무더기로 다음 회의로 연기됐다. 지난달 30일 연기된 회의까지 감안하면 강남구 대치동 대치쌍용1차아파트와 잠실주공5단지는 한달여나 심사 자체가 미뤄진 것이다. 도계위 심의는 매월 두 번(매월 첫·셋째주 수요일)밖에 열리지 않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심의 시간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보통 오후 2시에 열려 6시가 되면 위원들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더이상 심의를 진행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조합들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강남 재건축 단지 한 조합장은 “서울시 요구를 모두 수용했지만 심의가 수차례 미뤄지면서 환수제 적용을 피하기가 어렵게 됐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심사 기준도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심의를 통과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란 말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계위 심사 기준을 좀 더 세분화하고 탈락한 단지에 대한 정확한 사유를 즉각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도계의 회의 내용에 대해 일반인들이 알기가 어렵고, 명확한 재건축 심의 기준조차 알 수 없어 재건축 조합들이 답답해 하는 경우가 많다”며 “심의 기준을 좀 더 세분화하고 탈락 단지에 대한 정확한 사유를 즉각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도계위 한 위원은 “성과 중심으로 회의를 빨리 진행할 수 있지만 여건이 그렇지 못하다”며 “오후 6시가 넘으면 긴장감이 떨어지고 회의 내용도 부실해질 우려가 있어 일찍 끝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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