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의 IT세상]금융에 혁신을 만들고 있는 '테크핀'

  • 등록 2019-05-23 오전 5:00:00

    수정 2019-05-23 오전 11:04:57

[김지현 IT 칼럼니스트]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연간 10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국내 전체 상거래 시장이 350조원, 온라인 쇼핑이 110조원 규모라는 점을 떠올리면 모바일을 이용한 결제 비중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최근 3년 사이에 200% 급성장하면서 기존 컴퓨터에서의 공인인증서를 이용한 결제를 넘어 오프라인 매장 결제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무섭게 성장하는 간편결제
로 인하여 금융 시장에 부는 혁신의 바람도 돌풍에서 태풍으로 커져가고 있다. 그렇다보니 금융의 기술 혁신을 일컫는 말인 ‘핀테크(Fintech)’ 순서를 바꿔 테크핀(Techfin)이라고 부르고 있기까지 하다.

간편결제 시장은 오프라인에서 비중이 높은 삼성페이와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롯데백화점 등의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운영하는 SSG페이, L페이 그리고 인터넷 서비스 업체가 운영하는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페이코 마지막으로 온라인 쇼핑몰이 제공하는 G마켓의 스마일페이, 11번가의 11페이, 배달의민족의 배민페이 등이 있다. 이 모든 간편결제가 다 잘될 리는 만무하고 이중 몇 개가 살아남아 새로운 금융의 혁신을 만들어낼 것이다.

어떤 기업이 살아남을까?

유통사는 매장과 쇼핑몰을 찾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자사 간편결제를 제공하면 되기 때문에 사용자를 확보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다. 거래액 규모가 약 수 조원이 넘는 자사의 채널을 활용해 간편결제 사용자를 확보하고 외부 가맹점을 늘려 자연스럽게 결제 서비스의 이용 빈도를 높일 수 있다는 마케팅적인 측면에서는 강점이 있다. 하지만 이들 사용자가 다른 곳에서도 이들의 간편결제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은 어렵다. SSG페이를 배달의민족에서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객 접점을 갖춘 카카오톡에서 카카오페이를 제공하고 스마트폰에 결제 기능을 탑재해 삼성페이를 지원하고, 쇼핑 검색 서비스를 통해 확보한 쇼핑몰들을 가맹점으로 확보해 네이버페이를 서비스하는 것이 더 강점이 있어 보인다. 단일 유통 채널보다는 다양한 가맹점에서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결제가 시장을 장악하는데 더 유리하다. 그런 면에서 보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삼성페이, 페이코 등이 경쟁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승자가 될 수는 없다. 검색이나 메신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처럼 인터넷 서비스는 ‘위너 테이크 올(winner take all·승자독식)’의 법칙이 적용되고 네트워크 효과는 1위 기업이 갈수록 더 우위에 서게 됨으로 1~2개 기업이 이 시장을 평정할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그곳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매장을 더 많이 확보한 기업이 될 것이다. 즉, 간편 결제를 온라인과 더불어 오프라인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저변을 확대한 서비스 기업이 승자가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온라인에서 잘하는 곳과 오프라인에서 잘하는 곳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영역 확장을 꾀할 것이다. 그간 간편결제는 온라인에서의 전쟁이 치열했지만 앞으로는 오프라인으로의 진출이 가속화할 것이다. 카카오페이는 오프라인 매장 결제를 QR코드를 기반으로 확장하면서 2대 주주인 알리페이와의 공조를 공고히 하고 있다. 국내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알리페이 매장에 설치된 QR코드를 카카오페이로 연동시킴으로써 매장 확대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페이, 쿠팡의 쿠페이 등은 오프라인 진출 채비를 갖출 것으로 예상되며, 오프라인 중심의 삼성페이, SSG페이 등은 온라인 영역 확장을 꾀할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쪽을 잘 공략 중인 페이코는 규모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중 시장 주도권을 갖춘 한 곳이 점유율 50% 이상을 장악하고 나머지는 파편화된 시장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일까?

문자 메시지 전송 서비스(SMS)와 카카오톡의 수익 모델이 다른 것처럼 이들 간편결제 서비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기존 금융의 돈 버는 모델과는 다를 것이다. 기존 결제의 수익 모델은 수수료지만, 간편결제는 수수료 수익은 거의 원가에 근접할 만큼 제로에 가깝다. 간편결제는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공짜 미끼 서비스로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메일, 카페, 블로그, 검색 등의 서비스를 포탈이 공짜로 제공하고 돈은 다른 곳에서 버는 것과 같다. 간편결제는 각종 금융상품의 판매 중계를 통한 중계 수수료와 결제 데이터와 서비스 접점을 기반으로 한 트래픽을 이용해 기업에 마케팅 솔루션과 광고를 제공해갈 것이다.

전 세계의 광고 시장 규모는 600조원이며 한국은 약 12조원이다. 국내 광고 시장에서 디지털이 차지하는 비중은 34%에 육박한다. 웹의 배너 광고에서 검색광고로, 이어 카카오톡의 메신저 광고와 페이스북의 뉴스피드 광고처럼 간편결제는 또 다른 디지털 광고로 차별화를 꾀할 것이다. 특히 기존 광고와 가장 큰 차이점은 사용자들의 관심사가 아닌 구매 내역과 구매액, 더 나아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의 소비 내역을 기반으로 정교한 타기팅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알리페이의 광고 역시 오프라인 매장 대상으로 최적화되어 있는데 그것은 오프라인 결제 데이터와 매장 결제 시에 소비자가 보는 채널(App·앱)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실제 간편결제 서비스들은 단순하게 결제 기능만 제공하지 않는다. 멤버십 관리, 청구서 확인, 영수증과 가계부, 송금과 더치페이 등을 넘어 금융상품 검색과 보험 상품 추천, P2P 대출과 해외주식투자까지도 가능하다. 앞으로는 알리페이처럼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소비와 관련된 다양한 쇼핑,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금융의 포털서비스로 확장해갈 것이다. 거기에서 비즈니스 모델은 더욱 다변화되고 확장될 것이다.

간편결제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글로벌 송금과 환전, 해외에서의 결제에 있어서도 혁신이 진행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중국인들은 한국과 일본, 미국 등 전 세계를 여행 중에 신용카드나 현금이 아닌 알리페이를 이용해 스마트폰으로 결제를 하고 있다. 한국인들도 굳이 중국 등 해외여행 시에 환전하지 않고 신용카드를 이용하지 않고도 간편결제를 이용해서 모바일로 결제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각 국가의 간편결제 서비스와 전략적 제휴가 있을 것이고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술 기반으로 글로벌 금융에 있어서의 변화가 가속화될 것이다. 우리 금융사 그리고 금융 관련 기업들 더 나아가 결제나 오프라인 광고, 마케팅 기업들은 이러한 시장의 변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하고 있는가? 만약 이에 대한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면 심각한 위기를 겪게 될 것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청룡 여신들
  • 긴밀하게
  • "으아악!"
  • 이즈나, 혼신의 무대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