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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월 3일 공매도 부분 재개 이후 지난달 17일까지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한 상위 50개 종목의 거래액수가 코스피 22조 1000억원, 코스닥 5조 3000억원 등 총 27조 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매도 금액 233조 2000억원 중 공매도 비중이 11.7%에 달했다.
코스피 종목 중 외국인이 가장 많이 공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005930)로 그 규모가 1조 7000억원에 달했다. 이어 카카오(035720) 1조 4000억원, SK하이닉스(000660) 8000억원 등이었다. 코스닥의 경우 씨젠(096530)이 3985억원으로 최대였고 에이치엘비(028300) 3096억원, 카카오게임즈(293490) 2778억원, 에코프로비엠(247540) 2715억원 등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이달 들어선 코스피지수가 3000선이 붕괴되는 등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동학개미들의 공매도에 대한 거부감도 한층 거세지는 상황이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정치권에서는 공매도에 대한 발언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동학개미 표심잡기에 나선 인물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홍준표 의원이다. 그는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식 공매도 제도는 대부분 기관 투자가들만 이용하는 주식 외상 거래제도”라며 “동학개미들에겐 불리할 수밖에 없는 잘못된 주식 거래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식시장이 폭락을 더더욱 부추기는 역기능도 한다”며 “주식 공매도 제도는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홍 의원은 지난 7월에도 유튜브채널을 통해 오는 2023년부터 전면 시행될 주식 양도세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는 의사도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공매도 상관기간에 대한 동학개미들의 불만을 반영해 개인의 차입기간을 다음달부터 기존 60일에서 90일로 늘리고, 만기연장 횟수도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동학개미들은 공매도 시장에서 외국인·기관과 동일한 경쟁을 불가능하다며 이들의 상환기간 제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경기 남양주을)은 사실상 무제한인 외국인·기관의 공매도 상환기간을 개인과 같이 60일로 줄이자는 동학개미 측 주장에 동조하고 나섰다.
김한정 의원은 “외국인이 개인과 제로섬(zero-sum) 게임을 하고 있는 듯한 현재 상황에서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 확대가 과연 바람직한 정책 방향인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기관·외국인의 공매도 차입기간을 개인과 마찬가지로 60일로 축소하고, 만기 도래시 일정 기간 만기연장을 제한하는 방식이 국내 주식시장의 기반 강화 및 건전한 발전에 바람직해 보인다”고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금융당국에선 정치권과 달리 동학개미들의 주장과 상반된 목소리도 나온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지난 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공모주 청약과 공매도 등에서 개인의 참여를 확대하고 있는 정책 방향에 의문을 제기했다.
정 원장은 개인 공매도 참여 확대에 대해 “공매도와 관련해서 바람직한 모습은 프로그램 트레이딩을 통해 해야하고 개인이 그런 정도의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하기 어렵다”며 “외국은 공매도를 직접 투자보다는 펀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관례고 대부분이고, 이 부분과 관련해 중장기적으로 본다면 개인들의 경우는 간접투자 형태로 유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또 개인투자자의 공모주 청약 기회 확대에 대해서도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선진 금융시장은 공모는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참여해 북빌딩(수요예측)을 통해 최종적으로 공모하려는 숫자에 맞으면 그 금액으로 공모가가 정해진다”며 “조금씩 제도적 보완을 해서 공모시장이 개인투자자의 참여가 과도하게 이뤄지는 부분은 억제하고 기관 투자자 중심의 공모로 변화돼야 한다”고 소신을 전했다.
업계에선 동학개미들의 주장을 그대로 따른 정치권의 선심성 공약이 향후 더 거센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 증시는 전 세계 시장과 별도로 존재할 수 없고 외국인이 중요한 투자 주체인데 글로벌 스탠더드와 맞지 않는 공매도 폐지나 차입기간 축소 등은 실현되기 어렵다”며 “표심만 겨냥해 공약을 했다가 이후 실행하기 어렵게 될 경우 동학개미들의 더 큰 반발만 불러와 정책 추진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