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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도 악재다. 카드업계는 지난해 8월 우대수수료율 적용 영세·중소가맹점 범위를 확대한 이후 연간 약 4000억원의 수익이 증발할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올 7월과 내년 1월 두 차례 가맹점수수료 인하가 이뤄지면 수익성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수익감소 산 넘어 산
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오는 8일부터 법정최고금리가 27.9%에서 24%로 떨어지면 전체 수익의 1%가량이 감소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 2016년 8개 카드사 금융상품 수익 4조3841억원에 이를 대입하면 최소한 438억원의 수익이 법정최고금리 인하로 줄어든다.
문제는 그간 카드사들이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수익 감소를 카드대출로 만회했는데 이 같은 전략이 더는 통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카드사의 카드론·현금서비스 등 대출 수익은 2012년 3조4748억원, 2014년 3조8139억원, 2016년 4조3841억원으로 점진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카드대출이 늘어나며 수익이 증가했지만 평균 이자율이 2012년 17.8%에서 2014년 16.2%, 2016년 15.3%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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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연 매출 3억원 이하 영세사업자와 5억원 이하 중소사업자에 적용되는 가맹점 우대수수료는 0.8%와 1.3%다. 카드사 원가 구조를 고려하면 이미 카드사가 적지 않은 손실을 보고 있다. 이런 영세·중소가맹점이 전체의 84.2%에 이른다는 점이다. 사실상 대부분의 가맹점에서 카드사가 손해를 보며 카드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금조달과 관리비 등에 간접비까지 고려하면 현재 원가구조에서 카드사들의 수수료 부분은 적자에 가깝다”고 말했다.
실제로 카드사들의 당기순이익은 감소세다. 여기에 더해 당국은 대손충당금 외로 감독목적상 추가로 대손준비금을 적립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초 금감원이 카드업계 순이익을 1조8134억원으로 전년 대비 9.9%(1992억원) 감소했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당국은 연회비를 올리고 부가서비스 혜택을 줄이는 등 마케팅 비용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라고 주문하고 있지만 시장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최소한의 마케팅 비용마저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실성 없는 당국의 지적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급격한 수수료 조정은 경영 왜곡
전문가들은 수수료 인하를 정치적인 관점에서 적용하는 상황을 없애야 한다고 지적한다. 애초 정부가 2012년 말에 여신전문업법 개정을 통해 업종별 수수료 체계를 ‘적정 원가’에 기반을 둔 수수료 산정 체계(적격비용 원칙)로 바꾸고 원가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3년마다 수수료율을 재산정키로 한 데 대해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정치권 논리라면 거꾸로 카드사 손익이 적자가 나면 카드 수수료를 올려줘야 한다”며 “당장 카드사 순익이 났다고 해서 급격하게 수수료를 조정하는 것은 카드사 수익구조나 장기적인 경영에 왜곡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가맹점에서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한 ‘카드의무수납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재연 한극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카드의무수납제를 그대로 놔두고 있어 영세가맹점이 카드사와의 협상력을 가질 수 없다”며 “이 때문에 정부가 영세가맹점을 우대하기 위해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