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직장인 임모(39)씨는 소장하고 있던 슬램덩크 만화책 31권 세트를 최근 한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15만원에 팔았다. 3개월 전 시세였던 6만~7만원 대에 비해 두 배 넘는 수익을 봤다. 임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슬램덩크 매니아여서 만화책 전 권을 ‘읽기용’, ‘소장용’으로 가지고 있었다”며 “읽기용 만화책을 팔려고 올렸더니 기대 이상으로 연락이 많이 와서 슬램덩크의 최근 인기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었는데 목돈이 생겨서 기분 좋다”고 웃었다.
| 지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찾은 시민들이 슬램덩크 시리즈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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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씨처럼 슬램덩크 중고 굿즈(기념품) 거래에 뛰어드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110.11로 전년 동월 대비 5.2% 오르는 등 벌이는 빠듯한데 물가는 고공 행진하자,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흥행에 올라타 용돈벌이에 나선 이들이다. 최근 극장 개봉한 이 영화의 누적관객수가 23일 기준 340만명에 육박, 인기를 이어가면서 리셀테크(희소성 있는 물건을 확보해 웃돈을 받고 되파는 것)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각종 굿즈를 사려는 이들이 늘면서 중고거래 시장에서 만화책의 가격은 계속 뛰고 있다. ‘번개장터’에서는 ‘슬램덩크 신장재편판(1~20세트)’ 만화책이 13만원에 거래되며 시중 판매가인 12만 6450원을 웃돌기까지 하고 있다. ‘슬램덩크 오리지널 박스판 세트 만화책(1~31권)’은 시중판매가가 16만 6500원이지만 구하기가 힘들다보니 중고거래 시장에서 32만~40만원에 나오는 경우도 벌어지고 있다. 직장인 황모(43)씨는 “중학교 때 읽던 슬램덩크 만화책이 부모님 집에 있는데, 가격이 올랐다니 솔깃해서 이번에 팔아볼까 생각 중”이라고 했다.
극 중 주인공 강백호 등이 신었던 운동화 중고 거래도 활발하다. 직장인 강모(37)씨는 강백호가 신었던 ‘조던6인프라레드’ 245mm 운동화를 소장용으로 가지고 있다가 중고거래 마켓에서 14만원에 팔았다. 영화 개봉 전엔 3만원 대에도 거래된 제품이었다. 강 씨는 “신으려고 산 건데 신발 크기가 차이나 소장용으로 가지고 있었다”며 “영화가 인기를 끈 덕분에 좋은 가격에 팔았다”고 했다.
이밖에 현대백화점 더 현대에서 진행한 슬램덩크 팝업스토어(임시매장)에서 판매된 각종 굿즈들도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고가에 팔리고 있다. 팝업스토어에서 13만 5000원이던 정대만 유니폼 패키지는 번개장터에 37만원짜리 매물로 나왔다. 직장인 강모(34)씨는 “직장을 다니고 있어서 근무 중에 팝업스토어에 가지 못해 아쉬웠다”면서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괜찮은 물건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감동을 각종 기념품 구매로 이어가려는 이들과 경기 악화에 뭐든 팔아 돈을 벌려고 하는 이들의 니즈(욕구)가 동시 작용한 걸로 보인다”며 “리셀시장이 슬램덩크 흥행을 계기로 다시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