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비하 논란' 서울대 총학생회장 불명예 사퇴 위기

전학대회, 찬성 74표로 사퇴권고안 통과…스스로 물러날 듯
여학생에게 “왜 배우 안하는지 알겠다” 등 발언 논란
특위 “미흡한 소명에 피해자에게 2차피해 발생” 결론
부총학생회장 대행체제 유력
  • 등록 2017-03-01 오전 1:00:22

    수정 2017-03-01 오전 1:08:53

서울대 전경.(사진=이데일리 DB)
[이데일리 유현욱 김정현 기자] 다음 달 2일 봄 학기 개강을 앞두고 외모 비하 논란을 빚은 서울대 총학생회장이 결국 불명예 사퇴할 위기에 처했다.

서울대 학생대표들은 28일 오후 8시 15분쯤 서울 관악구 본교 인문관에서 2017년 상반기 임시전체학생대표자회의를 열어 이탁규 총학생회장에 대한 사퇴 권고안을 총 108명 투표에 찬성 74표 대 반대 15표, 기권 19표로 의결했다. 투표 결과는 이튿날인 1일 오전 0시가 넘어서 나왔다.

지난해 11월 당선된 이 총학생회장은 2015년 2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한 여학생을 두고 “얼굴을 보니 왜 배우를 안 하고 사회를 하는지 알겠다”는 외모 비하성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앞서 2014년 5월에는 교내 장터에서 한 여학생에게 “여기 꽃이 어디 있어요”라며 여성을 꽃으로 성적 대상화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총학생회장은 논란이 일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과거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한다”고 소명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진정성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고 그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후 총학생회는 특별위원회를 꾸려 진상조사에 나섰다. 이 총학생회장의 직무는 특위를 구성키로 한 날부터 정지된 상태다.

특위는 이 총학생회장의 발언이 희화화의 의도를 명확히 담고 있으며 이후 그의 미흡한 소명문 때문에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가 발생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날 전학대회에서 정장 차림의 이 총학생회장은 “학우들의 믿음을 져버리고 실망하게 한 점 죄송하다”고 말문을 뗐다. 그는 이어 “잘못에 대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총학생회장의 자리가 얼마나 무거운지 그 기대치가 얼마나 높은지 미쳐 알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그는 그러면서 “마지막 기회를 준다면 남은 임기 동안 잘못을 씻을 수 있도록 헌신하겠다”며 선처를 부탁했다.

이 총학생회장이 회의장을 떠난 뒤 한 시간 넘게 찬반 토론이 진행됐다.

대다수 학생들은 과거 일이더라도 피해자가 있기에 이 총학생회장이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며 사퇴권고안에 찬성했다. 반면 일부 학생들은 임기 시작 전의 일이라며 사퇴 권고안에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이 총학생회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과문에 대해서는 사안을 축소 은폐하려 했다는 주장과 2~3년 전의 사실 관계를 어떻게 소상히 알 수 있겠느냐는 반론이 맞섰다.

전학대회가 의결한 사퇴권고안은 탄핵안과 달리 강제력이 없다. 하지만 이 총학생회장은 전학대회의 판단에 따르겠다고 밝힌 바 있어 사퇴권고안 통과로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점쳐진다.

서울대 총학생회칙에는 총학생회장 사퇴에 따른 궐석 때 명시된 규정이 없다. 총학생회 측은 별도선거 없이 임수빈 부총학생회장이 총학생회장 권한대행을 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서울대 총학생회운영위원회(총운위)는 특위조사 결과가 나온 후 전학대회에서 이 총학생회장의 거취를 정하기로 지난해 12월 공언했었다. 이에 따라 총운위는 지난 6일 사퇴권고안을 상정했지만 사흘 뒤 열린 전학대회에서 시간 부족과 정족수 미달을 이유로 논의하지 못하고 부결 처리됐다.

당시 전학대회에서는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위한 본부점거 지속안과 본부와의 교섭 및 투쟁목표 변경을 골자로 하는 이견안을 놓고 약 13시간 동안 마라톤 회의가 이어진 탓이다.

한편 서울대에서는 이전에도 1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직을 내려놓는 총학생회장들이 있었다.

지난 2006년에는 당시 총학생회장 황라열씨가 △선거기간 허위 이력 기재 △한총련 탈퇴선언에서의 비민주적 행위 △학내 구성원간의 단결 저해 등을 이유로 서울대 개교 이래 처음 탄핵당했다. 2014년엔 당시 총학생회장이던 이경환씨가 학사경고 누적으로 학칙에 따라 제명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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