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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학생대표들은 28일 오후 8시 15분쯤 서울 관악구 본교 인문관에서 2017년 상반기 임시전체학생대표자회의를 열어 이탁규 총학생회장에 대한 사퇴 권고안을 총 108명 투표에 찬성 74표 대 반대 15표, 기권 19표로 의결했다. 투표 결과는 이튿날인 1일 오전 0시가 넘어서 나왔다.
지난해 11월 당선된 이 총학생회장은 2015년 2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한 여학생을 두고 “얼굴을 보니 왜 배우를 안 하고 사회를 하는지 알겠다”는 외모 비하성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앞서 2014년 5월에는 교내 장터에서 한 여학생에게 “여기 꽃이 어디 있어요”라며 여성을 꽃으로 성적 대상화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총학생회장은 논란이 일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과거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한다”고 소명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진정성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고 그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후 총학생회는 특별위원회를 꾸려 진상조사에 나섰다. 이 총학생회장의 직무는 특위를 구성키로 한 날부터 정지된 상태다.
특위는 이 총학생회장의 발언이 희화화의 의도를 명확히 담고 있으며 이후 그의 미흡한 소명문 때문에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가 발생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는 그러면서 “마지막 기회를 준다면 남은 임기 동안 잘못을 씻을 수 있도록 헌신하겠다”며 선처를 부탁했다.
이 총학생회장이 회의장을 떠난 뒤 한 시간 넘게 찬반 토론이 진행됐다.
대다수 학생들은 과거 일이더라도 피해자가 있기에 이 총학생회장이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며 사퇴권고안에 찬성했다. 반면 일부 학생들은 임기 시작 전의 일이라며 사퇴 권고안에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이 총학생회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과문에 대해서는 사안을 축소 은폐하려 했다는 주장과 2~3년 전의 사실 관계를 어떻게 소상히 알 수 있겠느냐는 반론이 맞섰다.
전학대회가 의결한 사퇴권고안은 탄핵안과 달리 강제력이 없다. 하지만 이 총학생회장은 전학대회의 판단에 따르겠다고 밝힌 바 있어 사퇴권고안 통과로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점쳐진다.
서울대 총학생회운영위원회(총운위)는 특위조사 결과가 나온 후 전학대회에서 이 총학생회장의 거취를 정하기로 지난해 12월 공언했었다. 이에 따라 총운위는 지난 6일 사퇴권고안을 상정했지만 사흘 뒤 열린 전학대회에서 시간 부족과 정족수 미달을 이유로 논의하지 못하고 부결 처리됐다.
당시 전학대회에서는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위한 본부점거 지속안과 본부와의 교섭 및 투쟁목표 변경을 골자로 하는 이견안을 놓고 약 13시간 동안 마라톤 회의가 이어진 탓이다.
한편 서울대에서는 이전에도 1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직을 내려놓는 총학생회장들이 있었다.
지난 2006년에는 당시 총학생회장 황라열씨가 △선거기간 허위 이력 기재 △한총련 탈퇴선언에서의 비민주적 행위 △학내 구성원간의 단결 저해 등을 이유로 서울대 개교 이래 처음 탄핵당했다. 2014년엔 당시 총학생회장이던 이경환씨가 학사경고 누적으로 학칙에 따라 제명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