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마음의 등불] 소아 사시, 부모의 관심과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염혜리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안과 교수
  • 등록 2022-05-07 오전 9:33:49

    수정 2022-05-07 오전 9:33:49

[염혜리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안과 교수] 웃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그 어떤 부모도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아이의 미소와 초롱초롱한 눈은 언제나 부모에게 그 어떤 것보다 힘이 됩니다. 하지만 아이가 부모를 바라보거나 어떤 물체를 쳐다보았을 때, 만약 두 눈의 위치가 다르거나 이상함을 느낀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생후 1년 6개월 된 여자아기가 심한 고개 기울임으로 진료실을 찾았습니다. 아기 때부터 한쪽으로만 고개를 기울여서 사경을 의심해 소아 정형외과를 다니고 재활 치료
염혜리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안과 교수
를 하는데도 좋아지지 않았던 아기입니다. 진찰 시 고개를 억지로 똑바르게 해서 보면 수직 사시가 보이고, 특히 내상측을 볼 때 한 눈이 유독 위로 많이 치우쳤습니다.

평소에 기울이고 있는 것과 반대로 고개를 기울게 하면 울면서 자꾸 반대쪽으로 다시 고개를 기울이고, 심지어 똑바로 고개를 해줘도 불편해서 울었습니다. 진료실에서 단안 선천 상사근 마비로 진단해 수술하였습니다. 수술 직후 몇 시간 만에 고개가 교정되고 바르게 걸음마를 하면서 퇴원하는 모습을 보니 엄마의 마음처럼 기뻤던 기억이 있습니다.

◇ 사시란 무엇일까요?

우리 눈은 항상 두 눈의 시선이 한 곳을 향하고 있어야 합니다. 어떤 물체를 바라볼 때 한쪽 눈은 정면을 응시하지만 다른 쪽 눈이 그 물체를 바라보지 못하고 다른 곳을 보는 경우를 사시라고 합니다. 한 눈의 시선에 비해 다른 눈이 안으로 몰리면 내사시, 바깥으로 나가면 외사시, 위쪽으로 올라가면 상사시, 아래로 내려가면 하사시라고 하며, 이 중 외사시와 내사시가 가장 흔한 사시입니다. 사시의 발생 빈도는 전제 소아의 2~3% 이며, 원인은 굴절 이상, 여러 신경생리학적요인, 기질적 요인, 유전적 요인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개 큰 원인 질환이 없는 정상아에서 발생하며, 미숙아로 태어나거나 전신 질환이 있는 경우에 발생률은 정상아에 비해 조금 더 높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외사시와 내사시의 비율이 4:1 정도로 외사시의 비율이 현저하게 높습니다.

◇ 사시, 눈의 기능적인 부분에 문제가 없을까?

사시는 외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기능적인 문제도 일으킵니다. 사시가 있는 경우 정상적인 시력 발달을 억제하여 약시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두 눈으로 보는 양안시 기능의 발달 저하로 입체적으로 보는 기능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 소아 사시와 성인 사시를 구분하는 이유

어릴 때 사시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초점이 안 맞는 눈으로 인해 물체가 둘로 보이는 것을 막기 위해 인체가 사시라는 상황에 적응을 하게 됩니다. 적응이라고 해서 마냥 좋은 것이 아닙니다. 돌아간 눈이 사물을 인식하는 것을 막는 억제가 발생하며, 황반 주변부에 맺힌 상을 뇌에서 정상으로 받아들이는 이상망막대응 등 여러 가지 감각 이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또한 사시가 심한 경우 교정시력이 떨어지는 약시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선천 사시는 조기 진단 및 치료가 중요합니다. 이에 반해 성인이 되어서 발생한 사시의 경우에는 여러 가지 적응 기전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양안 복시를 호소하며, 이때는 동반된 전신 질환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평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 유전적 요인

인종별로 사시의 유형 및 발생 빈도가 다르고, 가족 중에 사시 환자가 있는 경우 사시의 발생율이 높은 것을 보았을 때 유전적인 요인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사시가 단순한 유전법칙을 따르기 보다는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생기기 때문에 선천 일치 사시와 관련된 정확한 유전자는 아직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외사시에 비해 내사시가 유전 경향이 더 강하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 밖에 듀안 증후군이나 선천 섬유증 증후군과 같은 특수 사시와 관련된 유전자는 일부 밝혀져 있습니다.

◇ 조기발견이 최선, 사시검사가 필요한 경우

생후 4-6개월 이후에도 두 눈의 초점이 한 곳을 보지 못하는 경우에 사시검사가 필요합니다. 또, 햇볕에 나갔을 때 다른 아이들에 비해 유난히 눈부심이 심할 때, 찡그리고 물체를 보거나 한쪽 눈을 감는 경향이 있을 때, 옆으로 보는 증세가 있는 경우, 고개를 어느 한 방향으로만 기울이거나 돌릴 때 사시 검사가 필요합니다.

◇ 모든 검사들이 필수적일까?

검사는 꼭 필요합니다. 대개의 소아 사시는 전신 질환이나 안구의 구조적인 이상을 동반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지만, 심한 굴절이상을 동반하여 안경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고, 간혹 단안 혹은 양안의 시력이 나빠서 생기는 감각성 사시도 있기 때문에, 사시가 있다고 의심되면 전반적인 눈 검사를 통해 다른 문제는 없는지 평가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 흔한 사시의 종류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가성 내사시’는 실제 사시는 아니지만 눈이 안으로 몰려 보이는 경우를 말합니다. 동양인은 코가 낮고 미간이 넓으며, 눈 안쪽 피부의 넓은 몽고주름이 안쪽 결막을 가려 마치 검은 눈동자가 안으로 몰린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실제 사시가 아닌 가성 내사시로, 성장하면서 콧대가 높아지면 점차 정상으로 보이게 됩니다.

‘영아 내사시’는 생후 6개월 이내에 발생한 선천 내사시로 대개는 주로 몰리는 쪽 눈의 시력 발달이 저해되어 약시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조기에 수술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입니다. ‘조절 내사시’는 대개 2-3세경의 어린이에서 교정되지 않은 원시가 있는 경우 가까운 물체를 주시할 때 나타납니다. 우리가 먼 것을 보다가 가까운 것을 보면 조절, 눈모음, 동공이 작아지는 이 3가지 반응이 나타나는데 조절과 눈모음 간의 부조화로 인하여 정상에 비해 과도한 눈모음이 일어나고, 이때 상대적으로 양안 융합에 필요한 눈벌림 능력이 부족하여 사시가 발생합니다.

‘간헐 외사시’는 대개 2-4세경에 나타납니다, 평소에는 눈의 위치가 정상이지만 피곤하거나 졸리거나, 또는 멍하게 있을 때 짧은 시간 동안 눈이 바깥으로 돌아가는 경우를 말합니다. 간헐 외사시가 있는 아이는 햇볕에 나갔을 때 심한 눈부심을 호소하거나, 독서 시 눈의 피로,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는 간헐적으로 외사시가 보이는 간헐 외사시에서 항상 외사시가 보이는 항상 외사시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수직 사시’는 눈을 움직이는 근육 중에 상하 운동에 관여하는 근육에 이상이 있거나 혹은 이 근육을 지배하는 신경에 이상이 있는 경우에 생기는데 대개는 단독으로 발생하기 보다는 내사시와 외사시가 있는 아이에서 동반 사시로 많이 나타납니다.

◇ 사시 치료 방법

사시의 종류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집니다. 원시 교정 안경을 착용하면 사시가 치료되는 굴절조절 내사시의 경우 안경으로 치료하지만, 원시와 관계없는 영아 내사시의 경우는 약시의 발생을 줄이고 눈 근육이 구축되는 것을 막기 위한 가림 치료 및 수술치료가 필요합니다. 간헐 외사시의 경우 굴절 이상을 동반했다면 안경 착용을 하며, 가림 치료를 통해 사시안의 억제를 감소시키고 감각기능 및 융합기능을 호전시켜 사시 발현 횟수 및 사시각의 감소에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시각이 심하거나, 융합 능력이 떨어지거나, 발현 빈도가 높은 경우에는 수술적인 치료 이외에 치료 방법은 없다고 하겠습니다.

사시 수술은 결막 안쪽에 위치한 근육 위치를 조정하여 눈의 위치를 바르게 잡는 수술입니다. 한 눈에는 총 4개의 직근과 2개의 사근이 있는데 사시의 종류에 따라 수술할 근육을 결정하고 사시의 심한 정도에 따라 수술 양을 결정합니다. 크게 분류했을 때 눈 근육의 힘을 강화시켜 주는 절제술이 있고, 근육의 힘을 약화시켜주는 후전술이 있습니다. 수술 후에는 외래에서 수술 부위의 진찰과 사시각을 측정하게 됩니다. 수술 직후 이물감이 느껴지지만 차츰 호전되며, 간혹 아이들이 복시를 호소하는 경우가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대개 좋아집니다. 수술 후에도 안경 착용과 가림 치료를 유지하는 경우가 있으며 이는 사시의 재발 방지 및 시력의 향상을 위해 필요합니다.

사시가 있는 경우 많은 아이들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에서 선생님 혹은 친구들에게 눈의 초점이 다르다는 얘기를 듣거나, 아이가 스스로 심한 눈부심, 독서 시 눈의 피로감, 겹쳐 보임을 호소합니다. 이와 같이 일상에서 다양한 불편함을 겪으며 지냈던 아이들이 수술 혹은 안경 처방 후에 두 눈의 초점이 맞아 스스로의 모습에 자신감을 갖고, 불편함 없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 전문의로서 큰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사시는 조기 발견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지만, 아이들은 자신의 이상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부모가 관심을 가지고 조기에 사시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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