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부도 기업만 5곳…신용등급 26곳 오를때 42곳 떨어졌다

신평3사 등급상하향배율 전년말 1.17배→ 6월말 0.62배 `뚝`
롯데쇼핑 두산 LG디스플레이 금호전기 등 등급하향 잇따라
부정적 등급전망도 `다수`…크레딧 강세는 이어질 듯
  • 등록 2019-07-16 오전 5:25:00

    수정 2019-07-16 오전 10:00:19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추가적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등급 기업들의 채권시장 데뷔가 늘어났지만, 한쪽에서는 크레딧 시장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솔솔 나오고 있다. 신용등급 하향이나 파산과 같은 신용 이벤트가 없으면 크레딧물은 국고채나 예금금리 대비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지만 경기둔화로 기업의 경영환경이 악화하고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올 상반기에만 5개사가 부도를 기록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상당했고 주요 기업들의 등급하향이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부담이다. 기업실적 부진이 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치며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사이클 부정적 국면에 진입…등급하향 급격

15일 신용평가 3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3곳에서 등급을 낮춘 기업은 42개사(중복 포함)였고, 등급을 올린 기업은 26곳이었다. 3사 평균 등급 상하향 배율이 0.62배를 기록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등급상하향배율이 1.17배로 6년만에 1배를 넘어섰던 데 비하면 급격한 추락이다. 1분기말(0.67배)와 비교해도 하락세가 더 가속화했다.

올 상반기 주요 등급 하향 기업에는 롯데쇼핑(023530)을 비롯해 두산건설(011160), 두산중공업(034020), LG디스플레이(034220), 금호전기(001210), SK해운, 현대로템(064350), 삼화페인트공업 등이 포함됐다.

특히 롯데그룹 내에선 핵심계열사인 롯데쇼핑 신용등급이 ‘AA’로 한 단계 강등되면서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카드 등급까지 도미노로 하향조정됐다. 두산그룹 역시 건설 지원 부담으로 인해 지주사인 두산(BBB+·부정적)과 두산중공업(BBB·부정적) 등급이 하락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패널 공급 과잉에 따른 판 가하락과 OLED 대규모 투자 부담을 이유로 ‘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됐다.

부정적 등급 전망 꼬리표가 붙은 기업들도 급격히 늘어났다. 이마트(139480), CJCGV(079160), 롯데건설, KCC(002380), SK브로드밴드, 효성캐피탈 등이 해당된다.

부도난 기업은 상반기에만 5곳…경기둔화 여파 여실

글로벌 신평사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한국 기업의 신용도가 2015년 이후 처음으로 하락사이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올해 들어 한국 기업 중 S&P가 신용등급 또는 등급전망을 상향조정한 곳은 전무했다. 거시경제 지표가 둔화하고 기업의 영업환경이 악화한 가운데 규제리스크나 차입금 증가 등의 이유로 신용도 부담이 앞으로 12개월 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S&P는 올 들어 KCC 신용등급을 하향했고, LG화학, SK이노베이션, SK종합화학,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등 8개사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한 바 있다.

무디스 역시 현대차(005380), 기아차(000270), 현대모비스를 비롯해 SK텔레콤 등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고, 이마트와 KCC를 신용등급 하향검토대상(Watchlist)에 올린 상태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일 기준 부정적 등급 전망을 부여받은 기업의 수는 지난해대비 33%가량 늘어났다”며 “실적 저하와 부채 확대가 주요 요인으로 등급 하향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부도로 이어진 기업도 상당하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웅진에너지(103130)를 비롯해 티씨티, 에프티이앤이, 지투하이소닉, 트레이스 등 부도가 난 기업은 올 상반기에만 5곳이나 됐다. 지난해 상반기 부도기업이 없었던 데 비하면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회사채 발행을 위해 등급을 받은 기업이 아니라도 법인 파산은 전반적으로 증가세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법인 파산 신청건수는 397건으로 전년 동기 328건에 비해 21% 증가했다. 경기둔화의 단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다만 등급 하향이 신용이벤트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기업들의 실적은 대체로 저하 추세를 보일 전망이나 시장이 이미 등급하향을 예상하는 기업들 외에 등급 하향 업체가 나올 가능성은 낮다”면서 “이는 펀더멘털 측면에서 크레딧 채권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크레딧 강세를 지지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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