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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업계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는 배은지(29) 셜록컴퍼니 대표이사는 자신의 회사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배 대표를 만난 곳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사무실. 가정집을 고친 사무실에 들어서자 강아지가 뛰어나왔고, 한편에 있는 스피커에선 음악이 흘러나왔다. 카페를 연상케 하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대박 광고가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직원 8명, 평균 나이 29세인 광고·홍보대행사 셜록컴퍼니는 최근 알지피코리아 스마트폰 배달음식 주문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요기요’의 광고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광고는 화성에 고립된 외국인이 주한미군이었던 아버지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우주로 부대찌개를 주문하는 내용이다. 식량 고갈로 죽어가던 우주인은 4개월 만에 배달된 부대찌개를 먹고 되살아난다.
우주로 부대찌개를 배달한다는 설정도 재밌지만, 광고 모델도 인기에 한몫했다. 광고에 출연한 외국인은 부대찌개를 사랑하는 ‘대한미국놈’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명한 E-스포츠 해설자 울프 슈뢰더다.
이 3분40초짜리 영상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조회 수 315만 건 이상을 기록하며 올해 상반기 인기 광고로 선정됐다.
배 대표는 ‘말도 안 되는 건 없다’라는 신조에서 이런 ‘대박’ 광고가 탄생했다고 봤다.
그는 “요기요의 할인 혜택을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음식을 우주로 보내는 아이디어를 냈다”라며 “배달음식 앱의 주요 소비층 중 하나인 게이머를 노려 슈뢰더를 등장시킨 것도 긍정적인 효과를 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논리를 만들고 당위성을 붙이면 좋은 창작물이 나오기 마련이다”라며 “특히 직원들끼리 수다 떨거나 ‘드립(애드립을 뜻하는 은어)’을 칠 때 아이디어가 잘 나온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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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만들어진 셜록컴퍼니가 주목받는 회사가 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처음부터 광고회사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앱을 개발해 플랫폼 사업을 하려던 계획이었으나 어쩌다 보니 광고회사가 됐다.
자본금도 없어 중소기업청에서 3000만원을 지원받고 여성들을 위한 장 질환 관리 앱 ‘응가의 노예’를 제작했다. 앱 자체는 주목받지도 못하고 수익성이 적어 금방 접었다.
그러다 ‘장 질환 관리’라는 아이템이 아까워 ‘응가대전’ 전시회를 기획하고 예술가들과 협업해 캐릭터 상품도 제작해 판매했다. ‘응가(대변) 전시회에 캐릭터라니…’. 이런 엉뚱 발랄한 시도에 본격적으로 기업이 셜록컴퍼니에 연락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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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후 모든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광고·홍보업계에서 ‘20대 여성’ 대표라는 점은 때론 약점이 되기도 했다. 배 대표는 “창업 직전에 결혼했는데 고객사로부터 ‘대표가 언제 임신하느냐’라는 걱정을 들은 적도 있다”라며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불편하다”라고 털어놨다.
마케팅이 가장 자신 있다는 배 대표는 새로운 수익구조를 구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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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통상 광고 대행업은 고객사가 정해준 예산을 맞추다 보니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와도 실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제품 포장 디자인부터 시작해 전반적인 마케팅을 우리가 맡고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라고 했다.
셜록컴퍼니는 이를 실현하려 최근 중소 화장품 제조업체들과 접촉 중이라고 귀띔했다.
끝으로 배 대표는 자신을 ‘프로 N잡러(직업이 많은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라고 칭했다. 광고 일을 하면서 강연도 하고 아이슬란드 여행 책까지 낸 작가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마케팅 관련 책도 구상 중이다.
배 대표는 “(본인이)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지 못하면 여드름이 날 정도”라며 “셜록컴퍼니도 (광고 외에) 하고자 하는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회사로 키워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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