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영란法, 원래 취지는 이것이 아니었다

  • 등록 2015-03-04 오전 6:00:01

    수정 2015-03-04 오전 6:00:01

김영란법이 논란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국회를 통과했다. 2012년 8월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제정안을 발표한 지 2년 7개월 만이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라는 정식 명칭이 의미하듯이 수천만원, 수억원을 뒷주머니에 챙기고도 ‘직무와 연관된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법망을 빠져나가곤 했던 미꾸라지 공직자들을 다스리기 위한 법이다. 이른바 ‘벤츠 검사’나 ‘스폰서 검사’가 대표 사례다.

이제 김영란법의 통과로 앞으로는 직무 관련성에 상관없이 금품 수수액이 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 이상이면 형사처벌 대상에 오르게 됐다. 청탁 관계로 얽히고설킨 그동안의 못된 먹이사슬 관행에 철퇴를 내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드러난 공직사회의 온갖 적폐를 해소하려는 ‘사회 개조’의 첫걸음인 셈이다.

그러나 지금껏 산고(産苦)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내용이 상당히 변질됐다는 게 문제다. 필요한 부분은 빠지고, 엉뚱한 부분이 덤터기로 들어갔다. 법 통과를 축하하기보다 우려가 앞서는 이유다. 그중에서도 위헌소지를 야기할 만큼 과잉입법을 초래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공직을 넘어 최종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 등 민간 분야까지 대상으로 끌어들였다. 포퓰리즘의 ‘물타기 작전’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사립학교 교원까지 포함시키면서 금융계나 변호사 등을 제외시킨 데 대해서도 형평을 잃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사례에서 보듯이 압력단체로 변질되고 있는 시민단체를 포함시키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어렵게 법안을 통과시키고도 시행을 1년 6개월이나 미룬 것은 현역 의원들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임기 동안만큼은 피해가려는 꼼수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당연히 내년 총선 기간도 비켜가게 됐다.

취지가 좋다고 해서 명백히 예견되는 부작용까지 억지로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는 것은 ‘입법 월권’이다. 아무리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고 하지만 첫 숟가락부터 소화불량이어서는 곤란하다. 정부로 이송되면 다시 국회 재의(再議)를 요구하고 처음부터 다시 법안의 정당성을 심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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