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눈의 날’… 연령대별 주의할 눈 질환은?

유아기엔 약시·사시 여부 확인하고 아동기엔 결막염 주의해야
청소년기 눈 피로 많아… 50분 학습 10분 휴식 원칙 지켜야
40~50대 눈 건강에 노란불… 40세후 1년 1회 정밀검사 필요
  • 등록 2023-10-12 오전 6:16:47

    수정 2023-10-12 오전 6:16:47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눈은 우리 신체 장기 중 소중한 기관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눈 관리에 소홀한 편이다. 업무와 학습, 거기에 TV와 스마트폰까지... 깨어 있는 시간 내내 혹사하기 일쑤다. 이렇듯 눈은 많이 사용하는 만큼이나 노화가 빨리 시작되는 기관이다.

눈은 우리 신체 부위 중 유일하게 외부에 노출돼 있는 기관으로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는 눈으로 사물을 인식해 일을 수행하고, 눈을 통해 얻은 정보로 지식을 쌓는다. 또 언어 외에 타인의 반응을 파악하는 주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한 번 나빠진 눈은 다시 좋아지기 힘들고 정상적으로 회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10월 12일은 ‘세계 눈의 날(World Sight Day)’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한 눈으로 건강한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눈 건강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매년 10월 둘째 주 목요일을 세계 눈의 날로 제정해 기념하고 있다. 김용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의 도움말로 연령대별 주의해야 할 눈 질환에 대해 알아본다.

◇유아기엔 약시·사시, 아동기엔 결막염 주의

일반적으로 키는 20세까지 자라지만 시력은 6세 정도면 완성된다. 따라서 출생 후 6세까지가 일생 중 눈 관리에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글자나 숫자를 읽지 못해도 3세가 되면 일반 시력검사가 가능하다. 단 부모의 시력이 나쁘거나 미숙아로 태어난 경우, 눈 맞춤이 또래보다 늦는 것과 같이 특수한 경우라면 1세 이전에라도 시력검사를 받도록 한다.

유아기 시력검사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약시와 사시 때문이다. 특히 한쪽 눈에 원시나 난시가 있는 경우는 조기에 시력 교정을 해주지 않으면 안경을 써도 1.0 시력이 나오지 않는 약시가 될 확률이 높다.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2~3세 정도에 발병하는 사시도 초등학교 입학 전후에 교정해야 정상적인 시력 발달을 기대할 수 있다. 사시 치료가 늦어지면 이로 인해 교유 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학교생활이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영아 내사시는 여러 가지 검사와 약시 치료를 거친 후 가능한 한 빨리 수술해야 한다.

이후 아동기에 주의해야 할 눈 질환은 결막염이다. 결막염 환자 가운데 10세 미만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18%로 알려진다. 전체 환자 10명 중 2명이 어린아이라는 의미다. 이유는 어린아이의 경우 면역력이 낮아 결막염과 같은 염증 질환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결막염은 눈이 가렵고 붉어지며 눈에서 찐득한 분비물이 나오는 증상을 보인다. 눈 속에 모래알이 들어간 것처럼 이물감과 통증이 심해지면 안약을 찾기에 앞서 안과를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김용찬 교수는 “특히 어린 아이의 경우 눈이 불편하고 이물감으로 인해 눈을 비비는 경우가 많은데, 눈을 비벼 각막에 상처가 생기면 시력 장애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외출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도록 하고 습관적으로 눈 주변을 만지거나 비비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청소년기엔 눈 휴식 중요… 50분 학습 10분 휴식

전 연령대 가운데 10대의 눈이 가장 건강한 상태지만 최근 과도한 학습과 스마트폰, 컴퓨터 등 전자기기에 대한 노출 빈도가 높아지며 눈의 피로를 호소하는 10대들이 늘고 있다. 10대 청소년기에는 50분 학습 후 10분 휴식을 권장한다. 휴식을 취할 때는 될 수 있는 한 먼 풍경을 보고, 근거리 작업은 피한다.

적당한 밝기의 조명도 중요하다. 너무 밝은 조명은 눈의 피로를 더한다. 어두워도 안 된다. 자연적 빛을 기대할 수 없는 야간에는 천장의 전체조명과 스탠드를 함께 사용해 밝기의 편차를 줄이는 것이 눈의 피로와 시력 저하를 막는 방법이다. 적절한 조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환경에서 책과 눈 사이의 거리는 30~50㎝ 정도가 적당하다. 또 안경을 쓰기 시작한 청소년은 1년에 두 번 시력검사를 통해 안경 도수를 조정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20~30대 콘택트렌즈 사용과 안구건조증 주의해야

20대가 되면 콘택트렌즈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콘택트렌즈를 선택할 때는 미적인 부분보다 눈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소프트렌즈보다는 적응이 조금 어렵더라도 산소 투과성이 좋은 하드렌즈가 눈 건강에는 훨씬 좋다. 특히 콘택트렌즈는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주의한다.

아울러 20~30대 학생이나 직장인은 실내에서 거주하는 시간이 길고 컴퓨터와 같은 사무기기 사용 빈도도 높아 안구건조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또 시력 교정 수술을 하는 비율도 높아 수술 후 안구건조증이 발생하는 빈도도 높다. 김용찬 교수는 “안구건조증이 심하면 안구 표면에 상처가 생기고 이물질이 쉽게 달라붙어 각막염과 같은 각막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며 “각막염이 심하면 시력 저하를 초래하기도 하고, 적절한 안과 진료를 받지 않은 채 스테로이드가 함유된 안약을 장시간 사용하게 되면 녹내장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40~50대 눈 건강에 노란불… 눈물기관 장애 주의

40대가 되면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노안이 시작되는 등 눈 건강에 노란불이 켜지게 된다. 몸의 다른 장기에서 만성질환의 위험이 커지듯 눈에도 녹내장, 백내장, 망막질환 등이 올 수 있다. 40세 이후에는 반드시 1년에 한 번씩 안과를 방문해 정밀검사를 받도록 한다. 특히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같은 성인병을 앓고 있다면 각별히 눈 건강에도 신경 써야 한다.

이 시기 대표적인 눈 질환은 눈물기관 장애다. 특별히 감정적으로 슬픈 일이 없는데도 눈물이 흐르거나 눈물이 나오지 않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눈물길이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눈물주머니에 눈물이 고여 염증이 생기는 눈물길협착증이 가장 흔하다. 눈물길협착증은 눈물길을 뚫어주는 수술을 해야 낫는다. 과거에는 새로운 눈물길을 만들어 주기 위해 피부를 절개했지만, 최근에는 절개하지 않고 콧속으로 내시경을 넣어 새로운 눈물길을 만든다. 또 나이가 들수록 피부가 약해지면서 밖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다 눈 주위가 짓무르거나 2차 감염이 발생할 수도 있다.

◇60대 이상 망막질환·백내장 주의… 정기 검진 필요

60대 이상에서 가장 흔히 발생할 수 있는 눈 질환은 당뇨망박병증, 황반변성과 같은 망막질환과 백내장, 녹내장이다. 특히 녹내장,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은 3대 실명 질환으로, 만약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면 시력 저하는 물론이고 영구적인 시력상실까지 가져올 수 있다.

60대 이상에서 이들 질환의 발병률이 증가하는 이유는 노화 때문이다.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성인병 역시 발병과 진행을 촉진한다. 따라서 평소 식습관과 운동에 관심을 갖고 되도록 전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금연과 금주를 비롯해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 성인병이 나타나지 않도록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과 치료를 시작하는 것도 기억해 둬야 한다.

김용찬 교수는 “비록 녹내장이나 황반변성은 완치가 가능한 질환은 아니지만 백내장이나 노안의 경우는 백내장 또는 노안교정술을 병행하면 시력 회복이 가능하다”며 “녹내장의 경우 약물, 레이저 수술 등으로 안압을 낮춰 시신경 파괴를 지연시키면서 시야 손실을 늦추는 치료를 주로 하고, 황반변성 역시 항체 주사로 신생혈관이 생기는 것을 억제하는 치료법을 사용하는데, 다만 그 지속 시간이 짧아 1년에 평균 6회를 맞아야 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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