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취지에 가장 잘 맞는 대입 전형은 학종”

김경숙 건국대 책임입학사정관 인터뷰
“학종 불공정하지 않아...많은 개편 이뤄져”
“수능, 고교학점제 담아내지 못해...변화해야”
“두려워하지말고 탐색·선택하는 힘 길러야”
  • 등록 2022-09-11 오전 9:00:00

    수정 2022-09-13 오전 9:50:19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과 함께 현재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은 2028년 새로운 대입제도로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에 영향을 받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2024년 발표될 새로운 대입 제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보 부족으로 방향성에 대한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 2008년부터 입학사정관으로 일을 하고 있는 김경숙 건국대 책임입학사정관을 만나 고교학점제 대입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사정관은 2014년 한국대학입학사정관 협의회 회장, 2017년 교육부 정책자문위원회 대입혁신분과 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고교학점제로 인한 학생·학부모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인터뷰에 응했다며 고교학점제를 오롯이 담아내는 대입 전형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이야기를 시작했다.

김경숙 건국대 책임입학사정관. (사진=본인 제공)
“고교학점제 취지와 부합하는 전형은 학종”

김 사정관는 고교학점제는 패러다임의 변화라며 이에 부합하는 대입 전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간 학년제를 유지했던 우리 교육체제가 학기제로 변화했다”며 “평가 방식 역시 정량평가로 줄을 세우는 게 아니라 정성평가로 상중하로 평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스스로 원하는 진로를 고민하고 탐색하는 힘을 기르기 위한 제도가 고교학점제이며 이런 방향성은 바람직하다는 게 김 사정관의 주장이다.

그는 이런 고교학점제의 취지가 가장 부합하는 대입 전형은 학생부종합전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도 정시 전형에 일부 대학은 학생부 교과가 정성이든 정량이든 들어가고 있다”며 “고교학점제가 다양성을 발휘하는 정성평가라는 점에서 학종과 상당히 부합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학종 ‘불공정’ 논란은 입시에서의 ‘공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는 게 김 사정관의 설명이다. 그는 “모든 사람이 시험을 보고 줄을 세우는 게 정말 공정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해봐야 한다”며 “고교학점제라는 것은 아이들이 기본적으로 같은 난이도·과목을 성취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등수를 매기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된다면 결국 고등학교 생활을 충실히 수행했는가를 평가하는 학종이 공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정관은 학종에서 불공정이 제기됐던 부분은 △평가자료 △평가방법 △평가자에 대한 부분인데 이미 상당부분 여러 문제가 해결됐다고 주장했다. 김 사정관은 평가자료인 학생부에 대해서는 “학생부는 공문서라서 나이스(NEIS)라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을 통해 철저히 관리된다. 얼마 전 학생부 전수조사가 진행되기도 했다”며 “교사·학교를 신뢰하고 공문서인 ‘학생부’도 신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종의 평가방식이 객관적이지 않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기존에 우리가 정량 평가에 익숙하다 보니 생기는 것”이라며 “고교학점제는 정성 평가인 만큼 익숙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종은 다수 다단계평가가 이뤄지는데 다수의 입학사정관이 여러 단계에 걸쳐 평가를 하기 때문에 불공정하다는 논의는 이뤄질 수 없다는 게 김 사정관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평가자에 대한 부분에서는 입학사정관을 입학 전문가로 인정하는 사회적 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입학사정관이 도입된 이후 사정관들은 고등학교 자료를 읽어내는 데 전문가로 성장했다”며 “매년 최소 40시간에서 120시간의 교육을 받으며 입시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전문성도 충분히 갖췄다”고 말했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고3 학생들이 지난달 31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여자고등학교에서 모의평가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행 수능은 고교학점제 담아내지 못해”

김 사정관은 고교학점제로 교과목이 다양해졌지만, 수능에서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수능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능이라는 것은 결국 대학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는가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라며 “그런데 이 과목들이 고교학점제로 다양해지며 수능 현 체제가 담아낼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 사정관은 △기초과목 수능 △자격 고사화 등 다양한 방법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교학점제는 다양한 교과목을 들을 수 있는데 수능에서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은 제한적”이라며 “국영수 같은 기초과목만 수능을 보던지 자격고사화를 할 것인지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능을 봐야지만 대학에 간다라는 전제가 과거에 있었지만 점수가 상관이 없으면 굳이 그걸 또 볼 필요도 없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논술형 수능에 대해서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다고 진단했다. 그는 “논술형 수능은 누가 내고 누가 채점할 것인가”라며 “2주 만에 45만명의 평가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교학점제 시작과 더불어 학종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무너뜨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종은 다양성이 발휘될 수 있는 부분이고 시스템적으로도 완비된 부분이 있다”며 “평가의 전문가들도 대학마다 자리를 잡고 있는 만큼 불공정 논의는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거 강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내신 성적 조작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학종 폐지 이야기가 나왔지만 수능에서 답이 없는 문제가 나왔을 때 수능을 폐지하자는 주장이 나오지 않았다는 게 김 사정관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김 사정관은 고교학점제에 불안해하고 있는 학부모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아이가 스스로 탐색하고 경험하고 선택하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교학점제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다고 무서워하지 말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하다”며 “앞으로는 정보가 더욱 많아질 것이고 고1은 공통과목으로 진행되니 그때 결정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교학점제라는 미래 상황에서 아이들의 힘은 결국 탐색하고 경험하고 선택하는 것에서 나온다”며 “두려워하지 말고 본인의 진로를 고민하고 탐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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