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토크]②황기현 공인중개사협회장 "강남은 그들만의 리그로 둬라"

정부 부동산 정책에 쓴소리
  • 등록 2018-02-07 오전 6:00:00

    수정 2018-02-07 오전 6:00:00

황기현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장이 서울 관악구 청룡동 협회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황기현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작년 5월 출범 이후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쏟아낸 잇단 대책들이 오히려 서울 강남 등 부자 동네의 집값만 끌어올리는 역효과를 냈다며 쓴소리를 내뱉었다.

황 회장은 “투기 수요를 억제하겠다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계획을 세우니 결과적으로 많은 다주택자들이 지방이나 수도권에 있는 보유주택을 처분하고 서울 강남권의 소위 ‘똘똘한 한 채’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며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정책을 냈는데 오히려 강남 수요만 촉발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세금 늘리고 대출 줄인다고 하니까 자금 여력이 없는 서민들만 사채시장으로 내몰리거나 견디지 못하고 주택을 팔았다”며 “버티기가 가능한 강남 부자들만 올라가는 집값을 지켜보면서 시세 차익을 고스란히 향유하는 불공평한 정책이 됐다”고 주장했다.

황 회장은 아무리 강도 높은 규제책이라고 해도 단기적인 몇 번의 대책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고 했다. 단순히 사고파는 과정만 어렵게 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부동산은 교육문제라든가 생활편의시설 문제, 도시 공간 구조 등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두고 장기적인 검토를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인위적인 규제만 계속 내놓을 게 아니라 알아서 놔두면 결국 시장이 가격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제 강화가 오히려 강남의 희소성을 강조해 역효과를 냈다는 것을 감안해 거꾸로 거래세를 낮춰서 팔 사람은 팔고 살 사람은 사게 하는 것이 기존 주택시장에 매물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공인중개사협회 차원에서 국토교통부 주택정책 관계부서에 의견을 내고 있지만 반영이 잘되지 않는다고 황 회장은 전했다. 그는 “국토부가 실적 중심으로 정책을 구상하는 것 같다”며 “최근에 허위매물이나 거짓·과장광고를 올리는 공인중개사를 단속하고 사법처리하겠다고 하는 것도 그런 맥락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중개업계를 대변하는 단체의 수장으로서 이같은 정책 방향에 대해 현실을 잘 모르는 처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다수 공인중개사들이 공동중개를 하고 있는데 어느 중개사가 허위매물을 올리겠나. 중개사 사이에서 신임을 잃으면 고립돼 영업이 불가능하다”며 “인터넷에서 불법 직거래하는 사람들이나 부동산 컨설팅 간판을 내걸고 영업하는 비(非)자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국민들이 평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절대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며 “정책을 구사하는 국토부 내부에서도 차마 잘못을 시인하지 못하고 속을 태우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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