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투표사이트 수사논란, ''검증영장''이 뭐길래…

수사기법…영장 당사자에 따라 결과 달라 ''논란''
  • 등록 2010-01-30 오후 4:05:24

    수정 2010-01-30 오후 4:05:24

[노컷뉴스 제공] 전국교직원 노동조합의 정치활동 의혹사건을 수사해 온 경찰이 민주노동당 투표사이트를 확인하는데 이용한 '검증영장'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 검증영장이 뭐길래…

'검증영장'은 '압수수색 검증영장'이란 일반양식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이뤄지는 압수수색이다.

법률적으로 검증(檢證)이란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의 오관(五官)을 이용해 대상을 판단하는 것을 말하며, 검증영장도 당초에는 변사체의 해부를 위해 가장 많이 이용돼 왔다.

하지만 온라인 공간을 악용한 범죄에 대처하는 차원에서 검증영장은 점차 전산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이용되는 경향을 보여왔다.

논란이 된 이번 사건에서 경찰은 인터넷 서비스업체인 KT에 검증영장을 제시한 뒤 당원의 명의를 이용해 민주노동당 투표사이트를 살펴봤다.

◈ 검증영장, 제시해야 하나?

이번 논란은 형사소송법이 현실의 변화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데서 비롯 됐을 가능성이 높다.

형사소송법 215조에 따르면 경찰은 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따라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형사소송법 제 118조(영장의 제시)는 '압수수색 영장을 처분을 받는 자에게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고 명시해 '검증영장' 부분은 빠져 있다.

압수수색영장과 검증영장이 같은 양식을 사용하고 있고 법취지 자체는 영장종류의 구분 없이 당사자에게 제시를 해야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작 형사소송법에는 '검증'영장 부분이 빠져 있어 이로 인한 혼란이 초래돼 왔다.

이번 사건에서 경찰은 당사자가 아닌 KT에 영장을 제시했지만, 일부 경찰 관계자들은 "법에 따르더라도 검증영장을 제시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 대체 '당사자'는 누구인가

경찰은 "법원에서 검증 영장을 발부받은 뒤 해당 사이트의 서비스 제공업체(ISP)인 KT에 압수수색 검증 영장을 제시했다"고 말해 법적 절차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당사자'를 누구라고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논란이 가중되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경찰은 서버관리업체가 아닌 KT에 영장을 제시한 뒤 민주노동당 당원 이름으로 투표사이트에 접속해 내용을 훑어봤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영장을 제시받는 당사자가 엉뚱하게 뒤바뀌는 셈이여서 영장제시를 명시한 형사소송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판사들도 규정이 모호한 상황에서 이 사건에 대해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법 규정이 정말 애매하다"면서 "금융계좌추적영장의 경우, 계좌주가 아닌 은행에 영장을 제시하는게 맞지만, 이 사건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결국 법적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영장에 나온 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지만 현행법 상으로 영장을 공개하는 것은 위법의 소지가 있어 이마저도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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