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도 경기 사이클은 회복 국면이었다. 특히 2017년은 ‘빅 사이클’로 불렸던 반도체 산업의 초호황 국면이 이어지면서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줬다. 한국의 GDP 성장률은 2015년 2.8%, 2016년 3.0%, 2017년 3.2%로 높아졌다. 2016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당선됐지만 보호무역의 파고도 당시 탄핵 국면에서는 높지 않았다. 대중국 관세를 인상하는 등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적 색채가 본격화한 시기는 2018년 하반기였다.
요즘 한국 경제의 체력은 과거의 두 차례 탄핵국면보다 훨씬 약해졌다. 시장 컨센서스 기준 올해 한국 GDP 성장률은 2.2%, 내년 전망치는 1.9%다. 완만한 둔화로 볼 수도 있지만 컨센서스가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는 점에서 연착륙 가능성에 큰 신뢰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2025년 GDP 성장률 컨센서스는 11월 초의 2.2%에서 한 달여 만에 0.3%p 낮아진 1.9%로 하향 조정됐다. 특히 현재 시장의 컨센서스에는 두 가지 리스크가 있다고 본다. 수출과 설비투자가 현재 시장의 컨센서스보다 많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설비투자 위축은 수출 둔화보다 성장률을 더 크게 끌어내릴 가능성이 높은 변수다. 2025년 설비투자가 올해보다 줄어들 가능성을 내년 성장률 추계에 반영한 예측 기관은 거의 없다. 올해 3분기까지 한국 GDP 계정의 투자는 전년 대비 2.6% 감소했다. 통상적인 상황일 경우 올해 투자가 감소했다면 내년에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기저효과에 대한 기대인 셈인데 투자가 2년 연속 감소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렇지만 2025년에는 설비투자가 감소하거나 적어도 시장의 컨센서스보다 훨씬 약한 회복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은 요즘이 2018~2019년보다 훨씬 더 크다. 트럼프 신정부가 출범하면서 보조금 지급을 통해 투자 유치를 도모했던 바이든 행정부의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기존에 계획된 투자의 시행도 불확실해진 상황에서 기업에 신규 투자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비상사태도 어떤 식으로든 기업활동의 불확실성을 높여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설비투자는 시장의 컨센서스와 다르게 내년에 큰 폭으로 감소할 수도 있다.
내년 경제에 대한 기대치가 빠르게 하향 조정되고 있지만 추가적인 하방 리스크는 커 보인다. 다만 주식시장은 이런저런 이유로 이미 선조정을 받았다. 계엄령 선포 이후 코스피는 7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2018년 이후 올해 3분기까지의 7년 동안 코스피 상장사들이 벌어들인 영업이익 규모는 1500조원에 달한다. 최근 코스피의 시가총액은 2000조원을 밑돌고 있다. 주가지수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기업은 큰 규모의 이익을 쌓아왔으니 어떤 기준으로 봐도 한국증시는 저평가돼 있다. 저평가가 곧 시장의 바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주가 조정이 장기간 진행된 상황에서 뒤늦게 비관론에 경도돼서는 안 된다. 나쁜 가격에 주식을 팔지 않고 버티는 것도 중요한 투자 행위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