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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자동차 규모는 줄어든 반면, OEM 수입차 판매는 늘고 있어 국내 자동차 생산의 경쟁력을 점검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OEM 수입차, 작년 2만대 ‘반등’
11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를 보면 작년 국내서 판매한 OEM 수입차는 전전년보다 14.1% 증가한 2만155대를 기록했다.
OEM 수입차는 2015년 약 3만대로 정점을 찍은 뒤 2017년까지 2년 연속 판매가 감소했다가 작년에 반등했다. 2013년 1200여대에서 작년 2만대까지 최근 5년 사이에 판매규모가 약 17배 늘었다.
국내 OEM 차량 판매는 한국GM과 르노삼성차가 주도하고 있다. 작년 한국GM과 르노삼성차는 각각 8373대, 1만1782대 OEM 수입차를 팔았다.
OEM 수입차가 무늬만 국산차로 불리는 이유는 한국GM와 르노삼성차처럼 국내에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지만, 모기업인 미국 제네럴모터스(GM)와 프랑스 르노의 해외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을 공급받아 국내 판매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OEM 수입차는 총 9종이다. 한국GM은 현재 판매 중인 12개 차종 중 5종(이쿼녹스, 볼트(Volt), 볼트EV(Bolt EV), 임팔라, 카마로)이다. 르노삼성차는 현재 판매 중인 10개 차종 가운데 소형 SUV QM3, 소형 해치백 클리오, 전기차 트위지, 상용 밴 마스터 등 4종이 해당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생산은 경직된 노동시장과 높은 인건비, 낮은 생산성 등 때문에 감소하고 있는 추세”라며 “OEM 수입차까지 합치면 작년 국내에 판매된 수입차는 28만대 규모이고 올해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고질병 ‘고비용 저효율’구조 문제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OEM 수입차 도입을 늘리는 것은 국내생산 확대에 대한 어려움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선택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는 차량을 생산할 때 노조와 협의를 거쳐야 하고 일정 규모의 생산량이 뒷받침 돼야한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고질적인 ‘고비용·저효율’ 구조 탓에 국내에서 차량을 생산하는 것보다 수입해 파는 게 남는 장사로 보는 것이다. 즉 국내 자동차 공장이 생산기지로서 매력을 잃은 탓이다. 한국GM이 군산공장 폐쇄를 먼저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노조와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GM과 르노삼성차는 낮은 인건비 등 생산 경쟁력을 갖춘 해외 공장에서 생산한 차종을 국내에 들여와 직접 생산하는 것을 비효율적으로 보고 있다. 2020년부터 국내에서 본격 생산되는 르노 트위지는 인건비가 높은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이 아닌 협력사 동신모텍에서 위탁생산 하기에 생산 전환이 가능했다.
특히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의 인건비는 전 세계 46개 르노 공장 중 셋째로 높은 수준이다. OEM 수입차 중 판매량이 가장 많은 QM3는 세계 자동차 생산성 1위 공장인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에서 생산해 들여온다. 스페인공장의 시간당 인건비는 부산공장의 60% 수준이다.
‘노조 리스크’ 악재에 무늬만 국산차인 OEM 수입차 시장은 더욱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GM은 국내 생산 대신 해외 다른 GM 사업장에서 생산된 차량을 수입해 파는 전략을 취해 대형 SUV 트래버스를 시작으로 중형 픽업트럭 콜로라도 등 2종을 들여올 계획이다. 르노삼성차도 르노 마스터 밴에 이어 오는 3월 마스터 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OEM 수입차 증가를 비롯해 GM이나 르노가 생산 물량 재배정을 통해 한국보다 경쟁력 있는 멕시코나 인도 해외공장에서 생산하게 된다면 ‘제2 한국GM 사태’는 시나리오가 아니라 기정사실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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