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ETN 9종 돌연 상폐…잘나가던 TVIX까지
UGAZ, DGAZ 2종을 제외한 TVIX 등 나머지 7종 ETN은 다음달 2일까지만 거래가 가능하고요, 순자산가치를 바탕으로 상환되지 않고 OTC 시장으로 전환됩니다. 즉 2일까지 팔지 않으면 OTC 시장에서 팔아야 돈을 건질 수 있단 얘긴데, OTC 시장은 유동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팔기가 극히 어렵습니다. 거래가 가능할 때 다 매도하는 게 낫다고 모두가 얘기하는 이유입니다.
이번 상장폐지 리스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건 TVIX ETN입니다. 이 ETN은 빅스 단기선물 상승폭의 2배를 추종하는 ETN인데요, 미국서 코로나19 이후 유입된 개인투자자 ‘로빈후드’와, 한국의 개인투자자 ‘동학개미’들의 편애를 받았던 종목입니다. 로빈후드 어플에는 매수 상위 종목에 종종 뜰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요, 한국에서도 5월 24일부터 한 달 동안 매수결제액이 7번째로 많았던 미국종목이었습니다. 이 기간 한국 투자자들의 매수결제액만 1억 9000만달러(2300억원)에 달합니다.
크레디트스위스 측은 “장기적인 발전 전략을 고려해 상장폐지를 결정했다”고 단순하게 설명합니다. 별다른 이유를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글로벌 증권가에서는 ‘진짜 이유’ 찾기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레버리지 수익 맞추기 어려웠을 것”…향후 주의 필요
유추되는 이유로는 운용상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한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는 ETN 상장폐지에 있어 발행사의 자율성이 높고, TVIX의 경우에도 상장폐지 이유를 뚜렷이 밝히지 않은 채로 상장폐지를 결정했다”며 “과거에 상장폐지된 ETN 등의 사례를 보면 보통 운용상 어려움이 있을 때 상장폐지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TVIX 역시 일간 단위로 2배의 수익률을 맞춰줘야 하는 상품으로 최근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버는 돈보다 비용이 더 든다는 판단 하에 상장폐지를 결정한 게 아닌가 싶다”고 귀띔했습니다.
만약 이러한 추측이 맞다면, 앞으로도 레버리지를 끌어 쓰는 ETN 등 상품은 안전하지 않다는 얘기가 됩니다. 향후 대차대조표 정리를 위해, 리스크 회피를 위해, 위험성이 높은 레버리지 상품들은 상장폐지 할 회사가 나올 테니까요. 특히 ETN의 경우 증권사가 발행하는 채권 같은 상품인 만큼 증권사 재량으로 상장폐지 시키는 게 더 쉽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후 2배~3배짜리 상품을 통해 ‘한 탕’ 해보려는 투자자의 바람은 이뤄지기 힘들 겁니다. 잘 나가는 종목이라 해서 안정적이라고 착각해서도 안됩니다. 증권사는 그런 종목도 언제든지 상장폐지 시킬 수 있다는 걸 이번에 보여줬으니까요. 앞으로 투자자들은 ‘화끈한’ 투자의 리스크로는 이런 것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 더욱 조심해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