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불안·차별…사회적 상처가 건강 해친다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구직과정에서의 차별경험을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많은 직장인이 ‘해당사항 없음’을 선택했다. ‘해당사항 없음’은 구직경험이 없는 사람을 위한 항목이었다. 더 흥미로운 것은 ‘해당사항 없음’을 선택한 직장인에 대한 심층조사 결과였다. 남성의 경우 차별을 겪지 않은 이들이 이 항목을 선택했다. 반면 여성은 반대였다. 직장 내의 차별을 참고 있던 거였다.

스스로의 건강평가를 조사했더니 그 대답도 상반되게 나타났다. 남성 중 ‘해당사항 없음’을 선택한 이들의 건강상태는 그렇지 않은 이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여성은 ‘해당사항 없음’을 선택한 이들이 더 많이 아팠다. 차별의 경험이 건강에도 영향을 끼친 것이다.

흔히 건강은 개인문제로 여긴다. 그러나 사회적인 관점에서 질병의 원인을 분석하는 사회역학자인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몸은 정직하기 때문”에 고용불안·차별·혐오 등 사회적 상처가 건강을 해친다는 것이다.

그 근거는 저자가 함께해온 많은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에 담겨 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소방공무원, 성소수자,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가족 등이다. 사회적인 이유로 아픔을 겪는 이들을 통해 저자는 사람의 몸과 건강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개인의 삶에 대한 공동체의 책임은 어디까지여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