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 전 BBK투자자문 대표는 대선 투표일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귀국, 지지율 1위 후보를 '범죄자'로 매도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BBK'라는 영문 단어는 연일 신문과 방송 톱뉴스를 차지했다. 하지만 정작 대다수 국민들은 BBK의 정확한 의미를 잘 알지 못했다. 2001년 당시 발생한 주가조작 사건과 신종 금융기법들이 너무 난해해 국민들을 이슈에서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럼에도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은 이 후보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연일 폭로했다.
선거를 앞두고 신문 1면에 게재된 통합신당의 광고에는 정동영 후보가 아닌 이명박 후보의 클로즈업 된 사진이 등장했다. "군대는 안 갔지만 위장 하나는 자신 있다"는 타이틀로 이 후보의 자녀 위장취업과 위장전입을 비난하는 내용을 담았다.
네거티브 선거는 여권인 대통합민주신당 내부에서도 '극성'을 떨었다.
당 경선 초기 '대세론'을 탔던 손학규 후보는 정동영 후보가 금품 선거, 당권 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공식 일정을 이틀간 펑크내기도 했다. 경선 선거인단 명부에 대통령 후보 명의까지 도용되면서 불법 선거인단 모집 의혹이 불거졌다.
◇ 검찰 수사, 선거 최대 변수
당 안팎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제기된 각종 비리 혐의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검찰 수사결과가 최대 변수로 부상했다.
한나라당 경선에서는 투표 일주일을 앞두고 "도곡동 땅 중 이상은씨 몫은 제 3자의 소유로 보인다"는 애매한 수사 결과를 발표, 당 경선에 큰 영향을 끼쳤다. 당시 '제 3자는 결국 이명박 후보'라는 추측이 퍼지면서 대의원들이 박근혜 전 대표로 돌아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 후보에 대한 의혹은 김경준씨 귀국을 계기로 검찰 수사를 받게된다. 애매한 수사 결과 발표로 홍역을 치렀던 검찰은 두번째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는 "있다, 없다"라는 명확한 표현을 사용, 의혹을 불식시키려 애썼다.
대선 레이스 와중에 검찰의 신뢰가 떨어지면서 '특별검사 임명 법안'이 정치권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결국 선거를 한달 앞두고 2개의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대선이 없었더라면 본회의에 상정되지도 못했을 법안이었다.
◇ 박근혜, 아름다운 패배로 '주가' 올려
여론조사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점도 올해 대선에서 주목할 현상이다.
2002년 민주당 경선에서 민심을 반영하기 위해 첫 도입된 '여론조사' 투표는 올해 당내 경선에서 일반화됐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는 한나라당 경선에서 대의원 투표는 이기고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 결과에 뒤져 전체 유효투표수 1.5%포인트 차(2452표)로 패배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깨끗한 승복 연설도 대선 주요 뉴스로 꼽힌다.
한나라당 경선 결과가 나왔을 때 박 전 대표가 불복하거나 최소 재검표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박 전 대표는 "경선 결과에 승복한다"며 깨끗이 물러났다.
이 결과로 박 전 대표의 주가가 치솟았다. 선거 막바지에 다달아 박 전 대표의 마음을 잡기 위해 이명박 후보와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서로 '구애'를 펼치는 기현상도 나타났다.
◇ 이회창 출마로, 판세 출렁
하지만 이명박- 이회창 후보간 보수 경쟁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진보 진영의 영향력이 눈에 띄게 사라졌다.
통합신당 경선에서 첫 도입된 모바일(휴대전화) 투표 방식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 휴대전화로 손쉽게 투표할 수 있고 투표장까지 가야하는 번거로움을 없앴다.
실제 통합신당 모바일 투표의 평균 투표율은 74%로 16개 지역경선 평균 투표율 16.2%를 4배나 웃돌았다.
◇ 후보 단일화 영양가 없어
후보 단일화도 올해 대선의 주요 키워드. 일찌감치 교통정리가 된 한나라당과 달리 범 여권은 선거 끝까지 출마 후보를 알 수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후보 단일화로 인한 시너지 효과도 크지 않았다. 통합신당 경선에서 이해찬 한명숙 유시민 의원간 친노(親 노무현) 단일화가 이뤄졌지만, 끝내 정동영 후보의 '벽'을 넘지 못했다.
본 레이스에서는 통합신당 정동영, 창조한국당 문국현, 민주당 이인제 후보간 단일화 논의가 지속됐지만 결국 단일화에는 실패했다. 이들간 후보 단일화 이슈는 투표 하루 전날인 18일까지 지속됐다.
이 처럼 후보 단일화가 맥을 못 춘 이유 중 하나는 총선이라는 원심력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올해 대선이 내년 4월 실시되는 총선의 전초전으로 인식되면서 후보간 대권 경쟁 뿐 아니라 내부 공천 경쟁이라는 변수가 더해졌다.
11월과 12월 잇따라 본회의를 통과한 '삼성 비자금 특검법'과 '이명박 특검법'도 총선을 대비한 여권 진영의 '전략적 카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 17대 대통령 선거 주요 사건 일지
▲ 1.16 = 고건 전 총리 대선 불출마 선언
▲ 3.19 = 손학규 전 경기지사 한나라당 탈당
▲ 4.23 = 예비 후보자 등록 신청 시작
▲ 4.30 = 정운찬 대선 불출마 선언
▲ 5.10 =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대선 출마 선언
▲ 6.4 = 이명박, 8000억 재산설 제기
▲ 6.11 =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 대선 출마 선언
▲ 6.18 =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열린우리당 탈당
▲ 7.19 = 한나라당 검증청문회
▲ 8.5 = 대통합민주신당(이하 통합신당) 창당
▲ 8.9 =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대선 출마 선언
▲ 8.10 = 대통합민주신당, 열린우리당과 합당 선언
▲ 8.20 = 통합신당, 열린우리당과의 합당..원내 제1당 부상
▲ 8.20 = 이명박 후보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확정
▲ 8.23 =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 대선 출마 선언
▲ 9.5 = 범여권 컷오프..정동영 손학규 이해찬 한명숙 유시민 통과
▲ 9.15 = 유시민 후보, 사퇴. 이해찬 후보 지지 선언
▲ 9.30 = 경찰, 노무현 대통령 명의도용 사건 수사
▲ 10.2 = 손학규 이해찬 후보, 불법선거 대책마련 요구..경선 일정 중단 선언
▲ 10.3 = 통합신당, 원샷경선 실시키로
▲ 10.5 = 통합신당, 모바일 1차 투표 실시. 손학규 1위
▲ 10.15 = 통합신당 대선 후보로 정동영 확정
▲ 11.7 =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탈당, 대선 출마 선언
▲ 11.16 = 김경준 전 BBK 대표, 국내 송환
▲ 11.23 = 삼성 비자금 특검법 국회 통과
▲ 11.25~26 = 대선 후보자 12명 등록
▲ 11.27 = 공식 선거운동 시작
▲ 12.5 = 검찰 BBK 주가조작 사건 중간 수사결과 발표..이명박 후보 '무혐의'
▲ 12.6 = 심대평 후보 사퇴
▲ 12.14 = 이수성 후보 사퇴
▲ 12.16 = 이명박 후보 광운대 강연 동영상 공개.
▲ 12.17 = 이명박 특검법 국회 통과
▲ 12.19 = 제17대 대통령선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