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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저동 주민인 전씨는 이번 산불로 23년간 살았던 99㎡ 규모의 2층 주택과 밭을 잃었다. 그는 2000년 4월 발생한 동해안 산불로 터전을 한 차례 잃어 한동안 임시 대피소에서 생활했었다고 한다.
전씨는 아침 8시 30분께 동네 주민으로부터 “근처에 산불이 났으니 대피하라”는 연락을 받고 집 밖으로 나왔지만 사방이 까만 연기로 가득해 앞이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어 “곧바로 집에 있던 아내, 아들과 함께 탁 트인 곳을 향해 계속 뛰었다”고 설명했다.
전씨는 “가족이 다치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입고 온 옷가지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아 막막하다”며 “그동안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유지했는데 밭이 다 타버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침에 직선거리로 우리 펜션에서 60여m 떨어져 있는 인월사 대웅전 지붕에 불길이 치솟는 것을 봤는데 그로부터 10분도 안 돼 불이 펜션 앞까지 번졌다”며 “진화한 뒤 바로 펜션으로 달려갔지만 모두 타 뼈대만 남아 있었다”고 했다.
생사의 기로에 있었다던 김홍기(59)씨는 15년 전 버거시병으로 다리를 잃어 자력으로 대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옆집에 살던 베트남 국적의 남성 2명이 나타나 자신을 부축하고 차량에 태운 뒤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긴급한 상황인데도 몸 불편한 나를 챙겨준 친구들에게 고맙다”며 “그 친구들 아니었으면 그대로 산불에 휘말려 죽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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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9명의 이재민은 강릉 아이스아레나 임시대피소에서 머물고 있으며 사천중학교로 대피했던 29명은 귀가한 상태다.
주불은 약 8시간 만에 진화됐지만 재발화 의심 신고가 곳곳에서 접수돼 소방 당국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