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냉·온탕식 카드규제..`판단미스`도 한몫

  • 등록 2003-09-28 오후 3:58:59

    수정 2003-09-28 오후 3:58:59

[edaily 조용만기자] 정부가 카드사 현금대출비중 축소시한 연장 등으로 규제를 풀어준 것은 지난해 규제강화 과정에서 경기전망과 신용판매 증가여부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내린데 원인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카드사들의 과도한 현금대출 등으로 신용불량자가 크게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함에 따라 당시 70.1%까지 급등했던 현금대출업무 비중을 전체의 50%로 낮추도록 하고 초과분(관리자산기준)은 2004년말까지 해소하도록 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카드사 건전성 감독 강화대책`을 통해 연체율 기준 신설 등 적기시정조치를 강화해 카드사에 대한 사전·예방적 감독에 나서고, 현금대출 비중을 50%감축제도의 실효성을 높여 급속한 현금대출 증가를 억제하겠다고 강조했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27일 열린 경제장관간담회에서는 비중 축소시한을 3년간 연장, 2007년까지 맞추도록 해 규제를 풀어버렸다. 이밖에 카드사 연체율을 적기시정조치 기준에서 제외하거나 기준을 완화하는 등 추가 규제완화 가능성도 내비쳤다.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적기시정조치 기준으로 연체율을 직접 적용하는 나라는 없다"고 말해 이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이같은 김 부총리의 발언은 지난해 11월 `카드사 건전성감독 강화대책`에서 밝혔던 "카드업의 경우 `연체율 상승`이 곧바로 `경영악화`로 연결되는 점을 감안", 적기시정조치 기준에 `연체율`을 신설한다는 방침과는 궤를 달리하는 것이다. 카드사 규제문턱을 높여왔던 정부가 서둘러 태도를 누그러뜨린 것은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카드사들이 정상 대출채권을 서둘러 회수할 경우 신용불량자가 증가하고, 현금대출의 급격한 감축이 카드사 이익기반을 깎아먹어 경영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규제강화 당시 설정했던 경기회복 및 카드사 영업전망이 예상과 다릉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도 태도변화의 배경중 하나다. 정부는 지난해 현금대출 비중축소 당시 `신용판매채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 2004년까지 현금대출 비중을 50%로 낮추도록 했었다. 하지만 경기회복의 지연과 일부 카드사들의 기업구매카드 사업 철수 등으로 신용판매채권은 오히려 감소했다. 재경부는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규제도입이후 신용판매 채권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가정하고 준수시한을 설정했지만 경기둔화와 사업철수 등으로 신용판매채권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이에 따라 2분기 현금대출 비중은 전년 4분기보다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2분기 현금대출 규모는 53.8조원으로 지난해 4분기 61.2조원(평잔기준)과 비교하면 7.4조원이 줄어들었다. 신용판매의 경우 지난 4분기 30.2조원에서 올해 2분기 25.4%로 덩달아 감소하면서 전체 카드채권(현금대출+신용판매)에서 현금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분기 67.0%에서 2분기 67.9%로 0.9%p가 상승했다. 올 2분기를 기준으로 볼 때 현금대출채권 규모(53.8조원)가 신용판매채권(25.4조원)의 2배를 넘어서고 있어 앞으로 신용판매가 가파르게 신장되지 않은 한 현금대출비중 50%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20조원이상의 현금대출 축소가 이뤄져야 한다. 8월말 기준으로는 현금대출이 45조원, 신용판매채권 21조원으로 현금대출과 신용판매가 같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돼 신용불량자 증가, 이익기반 침식 등의 부작용을 감수해가면서까지 규제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재경부의 설명이다. 정부의 규제완화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 카드채 문제가 불거질 당시 신용카드 종합대책을 통해 현금대출비중 50%준수시한을 1년간 연장하고, 적기시정조치의 연체율 산정방식도 보유자산이 아닌 관리자산 기준으로 하는 등 탄력적 적용으로 규제문턱을 낮춰줬다. 정부는 당시에도 `신용판매 증가속도를 분기마다 10%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7%수준에 불과`해 규제준수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신용판매는 지난해 2분기 24.7조원에서 올 1분기 31.3조원으로 소폭의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2분기에는 25.4조원으로 급락했고 8월에는 21조원으로 감소하는 등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분기 증가율 7%를 이유로 대고 있을 무렵 신용판매는 하락세로 접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었던 것. 정부는 3월 종합대책 당시 이같은 규제완화로 대환대출이 활성화돼 신용불량자 증가속도가 둔화되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카드사들의 연체율은 6월 한달을 빼고는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고 8월 신용불량자 수는 341만명으로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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