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간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며 주목받은 인물과 그 배경을 재조명해봅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쓴 책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가 24일 정식 발행됐습니다. 발매와 동시에 주요 서점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제목보다 눈길이 가는 건 부제입니다. ‘누가 노무현을 죽였나.’
| 지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가 모두 사실이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의 회고록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가 진열돼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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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부장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한 검사입니다. 검찰은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하고 노 전 대통령 가족의 수뢰를 의심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수사를 받다가 그해 5월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로써 노 전 대통령 가족에 대한 수사는 곧장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했습니다. 이 전 부장은 2009년 7월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났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사망이 검찰 수사에 대한 압박에서 비롯했다면 그를 수사한 검사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테죠. 검찰을 떠난 이 전 부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 일가의 수뢰 혐의가 유죄였기에 정당한 수사라고 주장했습니다. 수사가 정당했으니 책임이 없다는 맥락입니다. 단지 당사자가 사망하면서 유죄로 입증하지 못한 것뿐이라는 취지이죠.
그러다가 이번에 책을 내어 같은 주장을 하면서, 주장의 근거라는 부분을 세세하게 언급한 겁니다. 근거로 댄 것은 당시 수사기록입니다. 공문서를 일반에 공개한 셈입니다. 이 전 부장은 올해 2월부로 노 전 대통령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가 완성돼 ‘진실을 알려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책을 냈다고 합니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의 탓에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2009년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이 변호인으로서 제대로 된 변호를 하지 않아서 사달이 났다는 겁니다. 책은 ‘문재인은 노무현의 주검 위에 거짓의 재단을 쌓아 대통령이 됐다’고 합니다.
책이 나오고 상당한 반응이 뒤따랐습니다. 공식 출간한 당일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로 매대에 올랐습니다. 야권에서 반발이 심합니다. “지금 검사의 나라가 와서 자기 세상 만났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도망가있다가 책 한 권 들고 (논란을) 재점화하는데, 사람이 하기 어려운 짓이다.”(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다소 격앙된 분위기입니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이사장은 이 전 부장을 넷플릭스 드라마 글로리의 학교폭력 가해자 박연진에 빗댔습니다. 그는 “박연진이 ‘걔 맞을 만해서 맞은 거야’라고 말하는 거랑 비슷하다”며 “자신이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면 억울하지 않을 텐데 내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몹시 억울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전 부장은 책에서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veritas vos liberabit)는 문구를 인용했습니다. ‘올바른 역사의 기록을 위해서도 진실을 밝혀야 한다’(서문 中)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그는 책으로써 자유에 이르렀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