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건강백과]산모 스트레스 주는 ‘계류유산’, 섬세한 진료 필요

신소영 경희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
  • 등록 2020-06-27 오전 7:36:25

    수정 2020-06-27 오전 7:36:25

[신소영 경희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외래를 방문하는 계류유산 환자의 수가 확연히 늘어나고 있다. 원인미상의 질병이 바이러스처럼 돌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하곤 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 환자분들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계류유산에 대해 약물적 치료를 진행하는 병원을 일부러 찾아온 것이었다.

계류유산(Missed abortion)이란 수일에서 몇주간 사망한 임신 산물(태아 등)이 자궁 내에 잔류해있는 상태를 말한다. 대부분의 경우 무증상이거나 소량의 출혈만 발생
신소영 경희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
한다. 만약 다량의 출혈이 동반된다면 이미 자연유산이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진단은 초음파를 통해 진행된다. 계류유산은 어떠한 의심의 여지도 없이 산모에게 스트레스를 넘어 정신적인 아픔을 주기 때문에 세심한 진료가 필요하다. 만약 해당 환자에게 외과적 치료, 즉 소파수술을 권유한다면 시술 자체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소파수술은 자궁 내의 임신 산물을 흡인기를 사용해 배출시키는 시술을 말한다.

약물적 치료 시행 시 성공률은 개인경험에 비춰볼 때 65명 중 3명은 실패한다. 실패 시에는 소파수술을 받는다. 의료진으로서 약물적 치료를 원하는 계류유산 환자의 기대, 그리고 시술에 대한 두려움을 잘 알기에 약물 치료로 종결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아예 실패하거나 성공할 때까지 다소 많은 시간이 걸리거나 임신 산물의 불완전 배출로 상황의 종료까지 유형/무형의 비용이 소요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볼 때, 무조건 약물적 치료를 주장할 일은 아니다.

약물투여 자체는 큰 어려움이 없다. 주로 질을 통해 자궁수축과 임신 산물의 배출을 돕는 약물을 투여하며 경구복용도 한다. 경과 관찰 후 귀가가 가능하다. 하지만, 경구진통제 복용으로도 조절되지 않는 극심한 통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동반출혈양이 많을 때는 다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출혈양은 적어도 2시간 동안 시간당 2개 이상의 패드를 적실 경우를 말한다.

이 글은 계류유산의 약물적 치료, 즉 치료적 유산에 국한했는데 선택적 유산을 원하는 환자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2019년 4월 낙태죄 헌법불합치결정으로 머지않아 합법적으로 약물에 의한 선택적 유산이 ‘유행’ 할 수도 있다. 의사들은 약물의 ‘자판기’ 판매와 같이 진료를 생략한 선택적 유산을 발생시키는 어떠한 규정에도 반대할 것이다. ‘정치적 올바름’이 부족하거나 소득이 줄 것을 염려해서가 아니다. 보이는 것보다 복잡하고 위험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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