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역 인근의 뒷골목. 인권연구소 ‘창’이란 간판을 내건 사무실 한편에 만든 작은 세미나실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토론을 하고 소강좌를 여는 등 공부모임을 이어가는 공간이다. 그런데 이곳이 밤이면 술방이 된다. 인권활동가부터 이주노동자, 법조인, 학자, 학생들이 단골이다. 베트남 앞바다에서 잡아 가공한 쥐포를 안주 삼아 이주노동자와 술잔을 기울이고, 학생인권조례 마련을 위해 땀 흘린 청소년에겐 (술은 빼고) 순대와 떡볶이를 대접하는 식이다.
성소수자, 해고노동자, 장애인, 용산참사 유가족, 밀양 송전탑 반대 할머니, 세월호 참사 피해자 등에게 필요한 것은 연대다. 연대하기 위해선 말만의 환대, 공감이 아니라 일상 속 행동으로 표현하는 기술이 중요하다고 책은 이른다. 인권은 권리의 목록을 나열하는 것이 아닌 구체적 현실에서 축적한 몸과 말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