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찾은 곳은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
이날 이른 시간인 오전 7시30분부터 가벼운 점퍼 차림으로 가락동에 나타난 현 부총리는 “시간만 허락한다면 앞으로 현장에서 이야기 많이 듣고 정책에 반영할 것”이라면서 “학생이 모르면 자꾸 선생님을 졸라야하지 않겠나”라고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직접 배추나 과일을 살펴보고 가격과 유통과정 등을 물어보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경제정책의 키를 쥐고 있는데다 우여곡절을 거쳐 임명된만큼 적극적인 행보였다.
하지만 이런 열정 뒤에 일면 아쉬움도 보였다. 생활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본인의 말과는 다르게 정작 현재 물가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는 미흡함이 순간순간 엿보였기 때문이다.
재래시장의 인심과 현 부총리의 앞날을 응원하는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됐지만 이를 지켜보는 시장 상인들은 곱지 않은 눈길을 보냈다. 한 상인은 “저렇게 덤을 받아가며 제대로 된 물가나 알 수 있겠나”라면서 “높으신 분들 방문은 오히려 장사에 방해만 된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현 부총리의 물가에 대한 ‘부족한 현실감각’은 수산시장에서의 젓갈 구매에서도 이어졌다. 현 부총리는 “장사가 잘되지 않는다”는 상인의 하소연에 2만원어치의 젓갈을 구입했다.
이번에도 상인은 현 부총리의 손에 봉지에 가득 찬 젓갈을 들려줬다. 살림을 잘 모르는 사람이 한눈에 봐도 2만원의 두 배는 돼 보이는 양.
가격이 어떤것 같냐는 질문에 현 부총리는 “사실 젓갈을 자주 먹는 편이 아니지만 적당한 것 같다”고 답했다. 물가안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했던 현 부총리인만큼 아쉬움이 남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매번 높으신 분들이 오지만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현 부총리 뒤에서 들리는 상인들의 볼멘소리가 그저 푸념으로만 여겨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이날 가락시장 구석구석을 돌아본 현 부총리는 “시장은 경기가 바로 나타나는 국민 생활의 거울인만큼 자주 방문해 개선 방향에 대한 조언을 듣겠다”면서 앞으로 적극적으로 민생을 챙기겠다는 각오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