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브리핑]`외국인 그리고 외국인`

  • 등록 2011-05-23 오전 7:39:56

    수정 2011-05-23 오전 7:39:56

[이데일리 최한나 기자] 증시의 3박자, 수급 심리 재료가 모두 흔들리고 있다. 벌써 4주째 하락세다. 어느 누구도 조정이 이렇게 길어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수급이 불안하다. 금융위기 이후 2년간 이어진 랠리장은 외국인의 힘으로 가능했다. 넘치는 자금을 짊어지고 신흥시장으로 밀려들어온 외국인이 거침없는 매수로 주식을 쓸어담으면서 여러 종목들의 신고가 경신 행진이 이어졌다. 코스피도 툭하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그런데 최근 외국인 움직임이 불안하다. 이머징 시장에서 빠져나가는 글로벌 자금이 늘고 있다. 이머징 마켓 펀드로 몰려들던 자금이 약 두달 만에 순유출로 전환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이탈 흐름이 우세하다. 외국인은 최근 일주일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팔기만 했다. 처분한 금액은 3조원에 달한다.

수급에 영향을 주는 것은 재료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와 그리스 등 유럽의 재정불안, 이로 인한 달러 강세 등 불안정한 대외여건이 외국인 매매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여기에 그동안의 상승분을 팔아 현금을 챙기려는 차익실현 욕구가 가세하며 매도를 키웠다. 들고 있던 종목이 많이 올랐겠다, 안팎으로 불안한 상황에 외국인으로서는 구태여 들고 갈 이유가 작아진 셈이다.

펀드가 돈 맛을 본 지는 오래됐다. 펀드 대항마로 관심을 모았던 랩으로의 자금 유입도 조정장에 둔해졌다. 결국 외국인이 언제 다시 복귀할 것이냐가 증시 반등을 결정하는 핵심이라는 결론이 난다. 그렇다, 결국 외국인이다.

애석하게도 외국인이 단기간에 강한 매수를 나타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매수보다 매도에 무게를 싣게 한 요인들의 기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2차 양적완화 종료까지는 앞으로 한 달여. 실제 종료가 닥쳐오고 영향을 체감할 때까지 불안한 심리가 계속될 것이다. 경제지표 관련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이번주에도 주요 지표들이 쏟아진다. 전망은 그다지 밝지 못하다.

유럽 상황도 좋지 않다. 그리스 신용등급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채무조정을 둘러싸고 안팎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그리스 외 다른 어떤 국가가 또 문제를 짊어지고 수면 위로 부상할지 예측이 어려운 상태다.

그렇다고 해서 증시가 아예 아래쪽으로 방향을 돌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수급의 키를 쥐고 있는 외국인이 추세적으로 빠져나갈 것 같지는 않다는 점에서 그렇다. 최근 조정을 주도하는 것이 외국인이지만, 반등을 시도하게 할 요인도 외국인 뿐이다.

더디지만 경기는 꾸준한 회복 중이다. 양적완화가 종료된다고 해서 자금이 순식간에 말라붙는 것도 아니다. 국내 경제와 기업 펀더멘털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지난 주 후반 들어 대만 등 일부 아시아 국가에 외국인 매수가 유입된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신흥시장을 아예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증거다. 최근의 이탈은 이제까지 익숙했던 여건이 전환되는 과도기적 상황에 나타나는 마찰적 결과로 볼 수 있다. 추세적 변화를 단정짓기는 이르다.

외국인 복귀에 기대를 걸 만 하다면 단기 조정은 분명 매수 기회다. 그리고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오롯이 개인의 몫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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