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피격 한달…장례도 못치른 유족에겐 악플만 남았다

북한군 피격 희생자 친형 인터뷰
"다른 의도 없다…인격살인·명예살인 자제했으면"
"같은 사건 일어나지 않게 시스템 갖춰야…평화 발판 됐으면"
  • 등록 2020-10-21 오전 12:02:00

    수정 2020-10-21 오전 12:02:00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가족들은 멘붕(멘탈 붕괴·정신적 충격 상태)이죠. 장례라도 치러야 안정이 좀 될텐데…”

서해 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실종된 지 한 달째다. 하지만 아직 시신을 찾지도 못한데다 그의 행적과 관련한 의혹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관련 기사에 달리는 악플들은 유가족들의 상처를 더 키우고 있다.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씨가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외신 기자를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피격 공무원 가족을 대표해 정부 등 관계기관에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는 이래진(55)씨는 지난 19일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아직 시신을 찾지도 못한 상황이라 가족들은 계속 답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 와중에도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들을 하는 사람이 있어 속상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고 토로했다.

앞서 북한군 피격 사건 이후 이씨가 정부를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희생자의 아들이 대통령에게 직접 편지를 쓰는 등 행보를 보이자 관련 기사에 일부 네티즌들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내용의 악성 댓글을 달고 있다.

이에 이씨는 “돈이 필요해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가족과 희생자를 향한) 인격살인이나 명예살인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동생의 어린 자녀는 아직도 아빠가 해외 출장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인데, 자신의 조카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말을 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피격 사건에 대해 유족 측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국방부와 해경 등 관계기관의 사과다. 유족은 관계기관이 윗선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월북 프레임이 씌워졌고, 결국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고 보고 있다.

이씨는 “북한의 만행이 끔찍한 것도 있지만 대한민국 정부가 더 끔찍하다고 생각한다”며 “‘월북자 가족이니까 아무 말 하지 말라’는 수많은 댓글이 있는데, 이는 정부가 발표한 잘못된 정보 탓”이라고 강조했다. 인근 어민과 전문가 조언을 받고 현장을 직접 확인한 결과 월북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정황도 없었다는 게 유족의 판단이다.

그는 “국정감사에서 나를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은 것은 그 만큼 감추고 싶은 게 많다는 뜻”이라며 “국민들이 단순히 이 사건을 정치적 성향으로 바라보지 말고, 국민 모두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정확히 보고 응원도 채찍질도 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유족은 이번 사건이 단순히 한 공무원의 희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의 발판이 되길 바라고 있다. 이씨는 “산과 바다에서 일어나는 재난이 수 십년 간 이어지는데 국가 컨트롤타워는 무너지거나 아직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책임회피만 하려는) 공직자의 마인드를 뜯어 고치지 않으면 우리 미래는 밝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기회를 통해 서해 상에 남북 평화구역을 만드는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을 만들수도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희생자 유족은 오는 21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비공개 면담할 계획이다. 23일 국제연합(유엔·UN)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의 유엔총회 보고를 앞두고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유엔 총회에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북한 관련자 처벌과 유가족에 대한 배상 등 내용을 담은 보고서가 제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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