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富를 키우는 투자지표]1년2개월만에 최고치 찍은 `닥터 쿠퍼`..더 오를까

코로나 재확산에도 경제 바로미터 `구리` 왜 반등하나
생산국 칠레, 소비국 중국의 코로나 희비
"구리 값 떨어진다 vs 구조적 가격 상승"
  • 등록 2020-07-11 오전 7:00:13

    수정 2020-07-11 오전 7:00:13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산업 전반에 안 쓰이는 곳이 없어 실물 경제 바로미터로 불리는 `구리`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구리 가격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간 것은 물론 1년 2개월래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 회복 불확실성이 커지자 안전자산인 금 값이 오르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구리 값까지 급등하는 것은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구리 가격 상승은 수요, 공급에 따른 영향이 크다. 코로나19가 구리 최대 생산국 칠레, 최대 소비국 중국에서 각기 다른 양상을 보이면서 구리 가격이 오르고 있다. 다만 구리 가격의 방향성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린다.

◇ 구리 선물, 연 저점 대비 37% 급등세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9일(현지시간) 거래된 구리 3개월 선물 가격은 톤당 6339.50로 2019년 5월 1일(장중 6384.00) 이후 1년 2개월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코로나19에 3월 23일 장중 4626.50달러로 급락한 것에 비해 무려 37.0% 급등한 것이다. 지난 달에만 12.82% 오른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4.90% 상승했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전 세계 경기 회복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에선 경제 재봉쇄에 대한 얘기가 언급되고 있다. 그럼에도 구리 가격은 왜 오를까.

일단 전 세계 구리 소비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 중국의 2분기 구리 수요가 4%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제조업,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기준선인 50을 넘어 확장 국면에 들어선 데다 코로나19 확진자 수도 한 자릿 수에 불과하다. 전 세계 확진자 수가 매일 20만명 넘게 늘어나고 미국도 6만명 넘게 증가하고 있는 것에 반해 상당히 양호한 수치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이달 들어서만 무려 14% 급등했다.

반면 전 세계 구리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칠레는 코로나19 확산세에 구리 생산이 감소하고 있다. 칠레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만들 정도로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구리 등 광산업체들은 코로나19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어 생산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칼라마에선 코로나 확진자의 45%가 광산에서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칠레 국영 구리기업 코델코(Codelco)는 최대 광산 프로젝트인 ‘엘테니엔테(El Teniente) 확장 건설공사를 중단했다. 코델코 직원 2433명이 코로나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져 노동조합 등은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선 생산 중단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BHP그룹은 칠레 북부 콜로라도 광산의 생산을 감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곳은 연간 7만1000톤 이상의 구리가 생산되는 곳이다. 중국의 구리 수요 회복과 칠레의 생산 차질이 맞물리면서 구리 값이 급등한 것이다. 향후 구리 값의 방향은 수요와 공급 방향성에 달려 있다.

“5700달러 선이 적당 VS 내년엔 7000달러”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린다. 구리 값이 빠르게 급등한 탓에 너무 올라 3분기엔 하향 조정될 가능성을 제기하는 의견이 나온다. 씨티그룹은 구리 가격의 목표치는 톤당 5750달러 정도라고 밝혔다. 현재 가격보다 9.3% 가량 낮은 수치다. 원자재 리서치업체 우드 맥킨지의 엘레니 요아니데스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경제, 산업이 재개되면 구리 수요가 증가하겠으나 올 연말 이전에 회복될 지 의문”이라며 “수요는 낙관적이지만 향후 2년간 공급 과잉이 전망돼 구리 가격 랠리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구리의 구조적 수요 개선과 공급 부족을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구리 제련업체를 보유한 유라시안 리소시즈 그룹(Eurasian Resources Group·ERG)의 베네딕트 소보트카(Benedikt Sobotka) 대표는 “구리 가격이 내년에는 7000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올해 구리 재고가 33% 감소했고 70만톤 정도의 공급 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사례는 수요가 망가지지 않았고 단지 지연됐음을 보여준다”며 “다른 나라에서도 하반기 억눌린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국이 이례적인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내놓는 데다 디지털 경제, 녹색 에너지, 전기차 등 미래 성장 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구리의 구조적인 수요 증가를 이끌어낼 것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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