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 회복 불확실성이 커지자 안전자산인 금 값이 오르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구리 값까지 급등하는 것은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구리 가격 상승은 수요, 공급에 따른 영향이 크다. 코로나19가 구리 최대 생산국 칠레, 최대 소비국 중국에서 각기 다른 양상을 보이면서 구리 가격이 오르고 있다. 다만 구리 가격의 방향성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린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9일(현지시간) 거래된 구리 3개월 선물 가격은 톤당 6339.50로 2019년 5월 1일(장중 6384.00) 이후 1년 2개월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코로나19에 3월 23일 장중 4626.50달러로 급락한 것에 비해 무려 37.0% 급등한 것이다. 지난 달에만 12.82% 오른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4.90% 상승했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전 세계 경기 회복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에선 경제 재봉쇄에 대한 얘기가 언급되고 있다. 그럼에도 구리 가격은 왜 오를까.
반면 전 세계 구리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칠레는 코로나19 확산세에 구리 생산이 감소하고 있다. 칠레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만들 정도로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다.
“5700달러 선이 적당 VS 내년엔 7000달러”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린다. 구리 값이 빠르게 급등한 탓에 너무 올라 3분기엔 하향 조정될 가능성을 제기하는 의견이 나온다. 씨티그룹은 구리 가격의 목표치는 톤당 5750달러 정도라고 밝혔다. 현재 가격보다 9.3% 가량 낮은 수치다. 원자재 리서치업체 우드 맥킨지의 엘레니 요아니데스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경제, 산업이 재개되면 구리 수요가 증가하겠으나 올 연말 이전에 회복될 지 의문”이라며 “수요는 낙관적이지만 향후 2년간 공급 과잉이 전망돼 구리 가격 랠리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구리의 구조적 수요 개선과 공급 부족을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구리 제련업체를 보유한 유라시안 리소시즈 그룹(Eurasian Resources Group·ERG)의 베네딕트 소보트카(Benedikt Sobotka) 대표는 “구리 가격이 내년에는 7000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올해 구리 재고가 33% 감소했고 70만톤 정도의 공급 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사례는 수요가 망가지지 않았고 단지 지연됐음을 보여준다”며 “다른 나라에서도 하반기 억눌린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국이 이례적인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내놓는 데다 디지털 경제, 녹색 에너지, 전기차 등 미래 성장 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구리의 구조적인 수요 증가를 이끌어낼 것이란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