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주세요”… 29곳 중 1곳만 신분증 확인
<이데일리>는 서울 기독교청년회(YMCA)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의 도움을 얻어 청소년 담배 구매 실태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실제 청소년에게 담배를 구매하도록 할 경우 발생할 법적 문제를 피하기 위해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앳된 만 19~20세의 자원봉사자 7명을 선발해 서울 종로구 일대 담배 판매점에서 담배를 구매하도록 했다. 조사는 이은대 YMCA 청소년활동부 지도자의 감독 아래 이뤄졌으며 본지 취재팀이 동행했다.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22일 종각역을 시작으로 인사동과 관철동 등을 돌아다니며 총 29곳의 편의점, 소규모 상점, 가판대에서 담배를 구매한 결과 세븐일레븐 인사동점을 제외한 28곳은 신분증 확인없이 담배를 판매했다. 대다수 담배 판매점 주인과 종업원들은 담배를 구매하려는 자원봉사자들의 얼굴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자원봉사자 임은지(19·여)씨는 “또래 친구들에 비해 많이 어려 보인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 담배 구매가 쉽지 않을 줄 알았는데 신분증 확인도 없이 손쉽게 담배를 살 수 있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고3인데 담배 좀 대신 사주세요”… 5명 중 2명 응해
청소년이 담배를 대신 사달라고 요청한다면 어른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자원봉사자들은 담배 판매점 앞에서 고등학교 3학년이라고 밝히고 행인들에게 대신 담배를 사달라고 부탁했다. 다섯 차례의 테스트에서 2명이 담배 심부름에 응했다.
30대 후반의 한 남성은 자원봉사자가 고3이라고 밝혔는데도 무슨 담배를 피우는지 확인까지 하며 담배를 대신 구매해 줬다. 다른 2명은 자리를 피했고, 50대 중년 남성만이 “스트레스를 받아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라면 게임방이나 노래방에서 푸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훈계하며 요청을 거절했다.
이은대 YMCA 청소년활동부 지도자는 “손님의 얼굴을 보기 힘든 가판대나, 나이 많은 점주가 있는 구멍가게들은 신분증을 확인하는 경우가 없어 흡연 청소년들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며 “청소년에게 담배를 파는 것이 범법행위라는 점을 인식할 수 있도록 계도 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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