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안방보험에 대한 불안한 시선

  • 등록 2016-03-31 오전 6:00:00

    수정 2016-03-31 오전 6:00:00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요새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이름은 중국 안방보험(安邦保險集團)이다. 약 2년 전만 해도 국제금융시장에서 무명이었던 안방보험은 굵직한 M&A에 잇달아 나서면서 큰 손으로 떠올랐다. 최근 눈독을 들이고 있는 스타우드그룹을 제외하면 안방보험이 최근 18개월간 해외 M&A에 쏟아부은 돈은 320억달러에 달한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37조원대다.

그러나 안방보험 행보에 대한 불안한 시선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안방보험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의혹이 크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안방보험의 지배구조나 현금흐름에 잇달아 의문을 제기했다.

2004년 자본금 5억위안(약 889억원)의 자동차 보험회사로 출발한 안방보험은 불과 10년 만에 자본금을 120배 이상 늘렸다. 초기부터 중국 최대 석유업체 시노펙과 중국 최대 자동차 회사 상하이자동차를 주주로 유치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이는 정치적 커넥션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우샤오후이 안방보험그룹 회장이 현대 중국의 밑그림을 그린 덩샤오핑의 손녀와 결혼하면서 든든한 정치적 배후세력을 갖췄고 이를 기반으로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 안방보험은 외부감사를 받은 재무제표를 공개한 적이 없다. 실질적인 주주나 경영진, 주주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우 회장은 기자회견이나 언론 인터뷰도 거의 하지 않는다. 심지어 중국 경제지 차이신이 2014년 ‘다크호스 안방’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자 안방보험은 직원들을 동원해 거리 가판대에서 차이신지(紙)를 싹쓸이하기도 했다.

팔리는 기업 입장에서는 안방보험처럼 가격을 높게 쳐주면서 현금으로 지불하겠다는 제안을 거절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새 주인이 어떤 회사인지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는 것은 큰 리스크다. 특히 정치적 이슈에 따라 기업 운명이 좌우되는 중국 기업문화를 감안하면 안방보험의 성장배경은 더욱 우려를 낳는다. 오늘의 든든한 기반이 내일은 역풍으로 되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안방보험이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동양생명을 인수한데 이어 추가로 매물을 찾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눈여겨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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