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 이 작품]신동에서 거장으로, 젊은 피아니스트의 열정

-심사위원 리뷰
손열음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리사이틀
전국 투어로 선보인 이색적인 기획
악보에 대한 치밀한 접근, 개성적 연주 빛나
  • 등록 2023-06-19 오전 6:15:00

    수정 2023-06-19 오전 6:15:00

[박문선 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 지난 5월 2일,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리사이틀’이 열린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로비는 클래식 전문가들과 일반 애호가들로 만원이었다. 코로나19 이후 꽤 이른 시간부터 이처럼 관객이 운집한 경우는 최근 보질 못했다. 평창대관령국제음악 예술감독의 막중한 임무를 마친 뒤, 엄연한 한국 클래식 대표 거장으로 자리한 손열음의 인기를 방증하고 있었다.

지난 5월 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리사이틀’ 공연 장면. (사진=파이플랜즈)
이날은 손열음이 나흘에 걸쳐 모차르트 18개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연주하는 공연의 포문을 여는 날이었다. 서울을 시작으로 원주, 그리고 다시 서울, 통영을 돌며 진행하는 첫 번째 사이클(전곡 연주)의 첫 무대였다. 손열음은 공연 프로그램에서 “이러한 좋은 프로그램을 꼭 서울에서만 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전국 투어 리사이틀을 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손열음다운 아이디어였다. 쉽게 실행하기 어려운 생각을 현실로 만든 손열음만의 개성과 재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공연에서 손열음은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번에서 6번까지 6곡을 연주했다. 첫 곡부터 연주가 남달랐다. 모차르트 연주는 예쁘고 옥구슬 소리처럼 명징한 피아노 사운드를 기대한다. 그런데 손열음의 연주는 예쁜 소리보다 악보의 치밀한 재현에 바탕을 둔 개성적인 연주였다. 이어진 2번과 3번에서 그가 무엇을 들려주고자 하는지 어렴풋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기존 연주와 다른 개성적인 접근이었지만 충분히 설득력 있는 연주였다.

2부는 4번의 느린 악장으로 시작했다. 좀 더 분석적이면서도 자유로운 연주였다. 5번은 활기차고 힘찼다. 마지막 6번에선 손열음다운 화려한 테크닉과 파워로 연주를 마무리했다. 관객의 열광적인 환호에 손열음은 갈루피의 5번 소나타 1악장을 앙코르로 연주하며 감사를 전했다.

지난 5월 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리사이틀’ 공연 장면. (사진=파이플랜즈)
나흘 뒤인 5월 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다시 이어진 공연 또한 로비 안팎을 가득 메운 관객으로 장사진을 이뤘다. 이날 공연에선 모차르트 피아노 소타나 11번에서 14번까지 네 곡을 연주했다. 관중이 즐겨듣는 11번을 두 번째로 배치하고, 대신 12번으로 연주를 시작했다. 이날은 그의 연주가 훨씬 편하게 들려왔다. 손열음이 이번 공연을 앞두고 발표한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음반과 같은 동일한 사운드를 들려준 호연이었다. 이어진 11번에선 그의 연주가 얼마나 개성적인지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2부 첫 곡은 13번. 알레그로(Allegro, 빠르게) 악장이지만 살짝 더 느린 연주로 에너지가 넘쳤다.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곡 14번이었다. 모차르트의 몇 안 되는 단조 소나타인데, 베토벤의 ‘비창’ 소나타에 영향을 준 곡으로도 알려져 있다. 손열음의 연주는 모차르트보다 베토벤의 곡처럼 들렸다. 이날 역시 관객들의 환호가 열성적이었다. 손열음은 두 곡의 앙코르를 선사했다. 모차르트 소나타 14번과 함께 출판됐던 C단조 판타지, 볼로도스가 편곡한 터키 행진곡이었다.

오랜만에 연속으로 손열음의 독주회를 감상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또한 신동 이미지에서 완전히 탈피한 젊은 거장으로서 손열음을 새롭게 각인하게 한 공연이었다. 6월에 이어질 두 번째 사이클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를 바란다. 꾸준히 새로움에 도전하는 손열음의 모습을 계속 발견할 수 있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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