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美中 '관세 전면전' 땐 침체→금리인하"…연준 "시기상조"

모건스탠리 "3천억 대중 관세폭탄=글로벌 경기침체"
골드만 "관세 가능성 30%…美기업 이익 6% 끌어내려"
세인트루이스 연은총재 "美, 거대경제, 여파 작아"
애틀란타 연은총재 "시장 앞서가…금리인하 없을 것"
  • 등록 2019-05-21 오전 5:47:58

    수정 2019-05-21 오전 8:15:53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미·중 무역협상 결렬로 인해 만약 미국이 예고한 대로 중국산 수입품 전체에 고율관세를 부과할 경우 글로벌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왔다. 결국,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금리인하로 방향을 틀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다만, 여전히 강력한 미국 경제는 ‘무역전쟁의 장기화’ 때나 영향을 받을 것이며, 따라서 아직 금리인하는 ‘시기상조’라는 게 연준 내부의 대체적인 입장이다. 현 국면을 바라보는 시장과 연준의 시각차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對中 3천억弗 관세폭탄 땐 금리인하”

미 경제전문매체 CNBC방송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의 체탄 아히야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글로벌 경제 부문장은 20일(현시시간) 투자자들에게 보낸 노트에서 “무역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아무런 합의가 도출되지 않고, 미국이 3000억달러 규모의 나머지 중국산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우리는 글로벌 경제가 침체로 진입하는 것을 목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 10일 워싱턴에서 중국과 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중국도 600억달러어치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6월1일부터 기존 5~10%에서 10~25%로 인상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더 나아가 미국은 아직 관세를 부과하지 않은 나머지 325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25%의 관세 부과를 추진 중이며, 중국 역시 보복에 나설 것이 자명한 상태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수석 미 증시 전략가도 “우리는 결국에 미·중 협상이 타결되고 현재 부과된 관세 역시 서서히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최종적으로 3000억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 역시 30%로 높아졌다”며 “만약 관세 부과가 현실화한다면 미국 기업들의 순이익 전망을 6%까지 끌어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관세는 매출보다 기업들의 순이익에 영향을 미친다”며 “기업들은 관세로 인한 비용 증가에 적응하고자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상품 가격을 1% 올릴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 전경.
만약 향후 무역협상이 결렬돼 양국의 ‘관세 전면전’이 현실화한다면 연준의 통화정책 역시 작금의 ‘관망’ 기조에서 ‘금리인하’ 기조로 바뀔 수 있다는 게 아히야 이코노미스트의 관측이다. 그는 내년 봄까지 기준금리가 ‘제로’(0) 수준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실제로 시장은 ‘금리인하’에 여전히 베팅하는 모양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오는 9월까지 금리 인하 가능성은 48% 수준이며, 연말까지는 가능성이 73%로 높아진다.

“美경제 여파 크지 않다…시장이 앞서가”

다만, 연준의 시각은 시장과 온도 차가 작지 않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제임스 불러드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크고 다변화한 경제인 만큼, (관세 전면전에 따른) 타격은 비교적 작을 것”이라고 봤다. 미국이 실질적 타격을 받으려면 무역전쟁이 ‘한동안 지속하는’ 장기전에 돌입해야만 가능하다는 게 불러드 총재의 판단이다. 대신, 그 여파는 소규모 무역의존형 개방경제 국가에 고스란히 전해질 가능성을 언급해 주목됐다. 불러드 총재는 “(미·중) 무역갈등은 미국 밖에서 더 많은 관심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며 “만일 무역망이 손상되거나 손상 위협을 받는다면 규모가 작은 국가들이 타격의 집중적인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파엘 보스틱 미국 애틀랜타 연은 총재도 이날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연준이 “금리인하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이 앞서나가고 있다”고 진단한 보스틱 총재는 “금리 인하가 이뤄지려면, 어떤 사건이 발생해야 한다”며 “특히 9월 금리 인하는 아니라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내심 ‘금리인하’ 시그널을 내놓길 기대했던 시장으로선 아쉬울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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