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분식·회계절벽 구분 모호' Vs '고의성 있으면 범죄'

회계절벽과 회계조작 경계 모호
檢 "장부 오류 반복되면 고의"
장기간 내사 혐의 입증 자신감
고의 결론 땐 '제2 모뉴엘' 사건
리스크 파악 못한 산은도 책임
  • 등록 2016-06-13 오전 6:30:00

    수정 2016-06-13 오전 6:30:00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출범 후 처음으로 경영 부실 은폐 의혹 등을 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을 상대로 칼을 빼들었다. 검찰은 지난 8일 오전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본사와 경남 거제시 소재 옥포조선소 등에 검사와 수사관 150여명을 파견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서울 본사에서 퇴근하는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의 모습. 연합뉴스
[이데일리 민재용 김도년 기자] 지난해부터 불거진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부패범죄특별수사단(특수단)이 고강도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대우조선이 수조 원대 분식회계를 통해 금융권으로부터 챙긴 대출이 10조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분식회계의 고의성 입증과 책임소재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의혹과 경영진 비리 관련 첩보를 입수한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지난 8일 검사와 수사관 150여 명을 투입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의혹은 이미 지난해부터 회계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에서도 회계감리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대우조선과 대주주 산업은행, 외부감사인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등에 대한 발 빠른 책임 규명을 위해 수사력을 총동원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사 회계특성상 분식입증 어려워

검찰 수사와 금감원 회계감리는 기업이 자산과 이익을 부풀리거나 손실을 감춘 분식 규모를 밝혀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두 기관 성격에 따른 미세한 차이가 있다. 금감원은 투자자·채권자 등 재무제표 이용자 보호를 목적으로 회계기준을 위반해 회계처리한 내용이 없는지를 살펴보지만 검찰은 분식회계의 고의성 입증과 책임자 처벌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검찰에서도 공인회계사 자격을 겸비한 검사와 수사관을 확보하고 있어 금감원보다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보긴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검찰은 대우조선이 수조 원대 분식회계로 10조 원대에 달하는 금융대출을 받은 혐의(사기죄)를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이 지난 2013년과 2014년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은 장·단기차입금만 각각 3조 9177억원, 4조 3622억원에 이른다.

대우조선은 최근 2013년과 2014년 흑자였던 영업실적을 각각 7731억원, 7377억원대 영업손실로 정정 공시했다. 이를 단순 회계오류(Error)가 아니라 고의성이 있는 분식회계(Window dressing)로 결론짓는다면 당시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은 대출금도 사기대출에 해당할 수 있다.

회계장부를 속여 금융기관에서 수조 원대 대출을 받은 모뉴엘 사태와 다를 바 없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산은은 대우조선에 대해 제대로 리스크 파악을 하지 않고 대출을 집행한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은 정정공시 이전에도 산은의 분식회계 적발 모니터링 시스템에서 최고 위험 등급인 5등급으로 평가됐다.

회계전문가들은 검찰이 대우조선 분식회계의 고의성, 분식회계에 대한 경영진과 대주주 지시나 묵인, 외부감사인의 봐주기식 회계감사 여부 등을 입증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건설, 조선사 등 공사진행률을 매출액 인식 기준으로 사용하는 수주기업은 예정원가에 대한 추정을 바탕으로 손익을 계산하기 때문에 의도적인 분식회계와 정상적인 회계절벽 현상(장부상 이익이 일시에 대규모 손실로 전환되는 현상)의 경계선이 모호하다.

지난해 경남기업의 1조 원대 분식회계 혐의를 주장했던 검찰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난 전례가 있고 금감원이 대우건설의 분식회계 혐의를 밝히는데도 1년 9개월이 걸렸다. 다만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혐의는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 있기 때문에 수사력을 집중하면 고의성 여부를 증명해낼 가능성도 커 보인다.

검찰 “분식회계 여부 아닌 고의성 입증 주력”

반면 특수단은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혐의 입증에는 확신에 가까운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특수단 수사의 초점이 ‘분식회계 혐의 입증’이 아니라 ‘분식회계 고의성 증명’에 맞춰져 있다는 것도 검찰이 대우조선 해양의 분식회계 혐의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특수단이 분식회계 혐의 입증을 자신하는 것은 ‘사실과 다른 내용을 회계장부에 반영하는 것이 분식회계‘ 라는 가장 기초적인 기준으로 대우조선해양 사건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도 분식회계가 어떤 기준에 의해 명확히 판가름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특히 조선사의 회계처리 특성상 분식회계와 정상적 회계절차 사이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과 다른 내용이 그것도 반복적으로 회계장부에 반영됐다면 이는 분식회계 혐의가 짙다는 게 검찰의 기본적 판단이다. 검찰은 장기간의 내사를 통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회계장부에 반영했다는 정황을 이미 상당수 포착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특수단 관계자는 “분식회계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회계장부에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며 “분식회계가 어떤 기준에 의해 명확히 판가름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기준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분식회계 혐의를 벗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이 때문에 검찰은 향후 대우조선이 분식회계를 저지르는데 누가, 얼마나, 어떻게 관여했는지 등을 파악하는데 수사력을 모을 계획이다. 분식회계를 한 실무 담당자는 물론 대우조선 고위층 임원과 대우조선의 대주주였던 산업은행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해 보인다.

핵심 수사대상인 고재호 전 대우조선 사장은 “회계처리는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산업은행 출신 CFO(최고재무책임자) 감독 아래 이뤄지기 때문에 대표이사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산업은행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반면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산업은행이 대주주라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며 책임을 다시 정치권에 돌리고 있다. 검찰 수사 칼끝이 정치권으로 향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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