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공고의 부활]1기 졸업생 5명 중 1명은 '기업경영'

1기 졸업생 중 27%가 기업대표·임원
최정호 국토부 차관 등 공직·학계·군에서도 활약
  • 등록 2016-03-07 오전 6:30:00

    수정 2016-03-07 오후 1:31:01

[이데일리 정태선·한정선 기자] 대한민국 최초의 ‘특수목적고등학교’(특목고)인 금오공업고등학교의 역사는 ‘기술인’의 사회적 지위의 부침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업고등학교는 근대화 과정에서 가난한 수재들의 새로운 선택지로 부상했다. 이후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면서 ‘대학가기 싫으면 공고에 가서 기술이나 배우라’는 식으로 매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학 인문계 취업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다시 숙련 기술인 양성을 목적으로 한 마이스터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970년대 산업화의 상징인 금오공고를 재조명해 봤다. [편집자주]

1기 졸업생 5명 중 1명은 기업경영

금오공고는 인재들을 전국적으로 끌어모아 국가 목적에 맞는 교육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실시, 산업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석사학위 논문인 ‘중화학공업화 초기 숙련공의 생애사 연구’(2013년·지민우)에 따르면 금오공고 출신 졸업생들은 주로 경제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논문에서 비교 대상인 경기고등학교는 같은 시기 입학생 5명 중 1명(25.2%)이 교수가 된 반면 금오공고 1기 졸업생들은 각 회사 대표이사나 임원 등 기업 경영자 비중이 27%나 됐다.

이 논문은 금오공고 1기 졸업생과 같은 학년인 경기고등학교 72기를 비교 분석했다. 금오공고가 문을 연 1973년 당시 최고 명문고였던 경기고에는 746명이 입학했다.

논문에 따르면 경기고 72기 졸업생 중에는 2013년 기준 대학교수가 153명(25.2%)으로 가장 많다. 이어 기업경영(96명·15.8%), 의료직(72명·11.9%) 순이었다. 반면 금오공고 1기 졸업생은 기업경영(88명·27.0%) 비중이 가장 높다. 일반 기술직(67명·20.6%)을 두번째로 밀어냈다. 이어 공무원(35명·10.7%), 자영업(29명·8.9%) 순으로 나타났다.

공직·학계·군에서도 맹활약

현재 금오공고 졸업생 가운데 공직 진출자로는 최정호 국토교통부 차관을 비롯해 고영구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장, 김진홍 고양시 부시장,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 등이 있다.

재계에서는 조준형 삼성전자 법무팀 부사장이 눈에 띈다. 학계에서는 맹성현 카이스트 전산학교수, 윤권하 원광대 영상의학과 교수, 임춘택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부교수가 대표적이다.

군으로 진출한 졸업생들도 적지 않다. 이붕우 예비역 육군준장, 이건완 공군사관학교교장, 최양선 해군준장, 신정호 해군준장, 황성진 공군소장, 박양도 ROTC준장 등이 금오공고 출신이다.

맹성현 카이스트 전산학과 교수는 “어린 나이에 군사교육을 받고 기숙사 생활을 하는 등 인문계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간 사람에 비해서는 고생을 좀 더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금오공고 출신들은 ‘내가 선택한 길은 내가 책임진다’는 의지와 책임감이 다른 사람들보다 강했다”며 “이런 성향이 어려운 여건을 이겨내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자양분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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