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은 1년 전 신용등급이 연쇄적으로 떨어졌다. 그룹의 ‘맏이’인 현대상선(011200) 부채비율이 1000%를 넘어서며 등급이 최대 3단계 강등됐다. 부채비율 1000%가 넘어서며 사채모집위탁계약서상 기한이익 상실(원리금 조기상환) 위기에 처했고, 이는 곧 단기성차입금이 대거 도래할 위험으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맏이’의 위기는 ‘가족’의 위기로 인식됐고 부모 격인 ‘모(母)회사’ 현대엘리베이터(017800) 역시 투기등급인 BB+(한신평 기준, 나이스신평 BBB)까지 내려가는 수모를 겪었다. 1년 전 상황은 말 그대로 암울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투기등급까지 받은 주된 논리는 현대상선 재무위험을 공유할 가능성이었고, 위험의 핵심에는 파생계약도 자리잡고 있었다. 현대상선 최대주주 지위 유지를 위해 상선 지분 일부를 재무적투자자들이 취득하게 하는 대신 투자자들에게 주가변동위험 등을 보상해주는 다수의 파생계약을 맺었다.
이정훈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현대상선 파생계약 정산 완료로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되면서 지배구조 리스크가 이전보다 완화됐다”며 말했다. 한 신용평가사 애널리스트도 “현대엘리베이터는 계열사 지원부담을 제외한 자체 실적은 상당히 준수한 편”이라며 “파생상품 손실 부담을 해소하면서 재무적 위험요소 중 하나는 제거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대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의 숙명은 앞으로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2월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156억원을 출자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시장 예상보다는 많지 않은 출자금액이었지만, 현대상선 최대주주로서의 역할은 변함없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기 때문이다. 해운시황 저하 등으로 현대상선의 향후 실적과 재무구조 개선 여부가 또다시 불확실해지면 지원 부담도 재차 현실화될 수 있다.
다른 신평사 애널리스트는 “파생상품 정산으로 우발적 손실요인이 줄어들었지만, 현대상선의 자체실적과 유동성이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당분간 현대엘리베이터를 둘러싼 우려도 일시에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자식 뒷바라지를 위한 비용은 갚았지만, 그렇다고 자식과 ‘절연’할 수는 없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운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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