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7시간, 朴 첫마디는 "그래요?"…실시간보고 왜 없었나 했더니

사고 1시간 30분 지나 사고 첫 인지
최순실, 중대본 방문 건의…준비에만 1시간 30분
朴, 집무실 대신 주로 관저서 업무
  • 등록 2019-08-24 오전 7:42:00

    수정 2019-08-24 오전 8:32:02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첫 서면보고를 받은 시각 등을 허위로 작성해 국회에 제출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4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세월호 참사 관련 박근혜(67)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시각과 횟수 등을 거짓으로 꾸며 국회에 제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80)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14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세월호 보고 관련 첫 법적 판단이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 전 대통령이 보고를 제때 받기 어려웠을 사정 등을 적시하며 ‘박 전 대통령이 실시간으로 보고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와 박 전 대통령은 어떻게 대응했는지 1심 판결문을 통해 살펴봤다.

朴, 사고 후 1시간30분 만 첫 인지…최순실, 중대본 방문 건의

지난 2014년 4월16일 오전 8시 52분 세월호가 좌측 방향으로 30도 기울기 시작했다. 사고 당시 김 전 비서실장은 사무실에서 오전 9시 19분께 TV속보를 통해 처음 세월호 사고 소식을 접한 뒤, 청와대 문자메시지 발송 시스템을 이용해 청와대 직원들에게 전파했다.

이후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은 해양경찰청 본청 상황실과 핫라인을 통해 사고 정보를 수집한 뒤 오전 10시 20분께 사고 보고서 1보를 대통령 관저로 직접 전달한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사고 소식을 접하는 것은 김장수 전 안보실장을 통해서다. 애초 김 전 실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보고하려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자, 안봉근 전 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이 전화를 받지 않으신다”고 알렸다.

이후 안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의 침실로 찾아가 수 차례 부른 뒤 “김 전 실장이 급히 통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그래요?”라고 말한 뒤 김 전 실장과 통화해 사고 소식을 처음 접했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 약 1시간 30분이 지나서다. 박 전 대통령은 오전 10시 22분 김 전 실장에게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다.

다음 행적은 오후 2시 15분이 돼서야 등장한다. 최순실씨가 청와대 관저를 방문해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문고리 3인방’ 등과 세월호 사고 관련 회의를 열면서다. 회의에서 정호성 비서관과 최씨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방문을 건의하자, 박 전 대통령은 방문 준비를 지시한다.

박 전 대통령은 중대본 방문을 위해 오후 3시 22분부터 약 1시간 가량 화장 및 머리손질을 마친 뒤 오후 5시 15분에 중대본을 방문한다. 그는 당시 중대본 현장에서 “구명조끼를 학생들이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 힘이 드는가”는 발언을 해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세월호 사고 당일 공식적인 일정은 오후 6시 청와대로 복귀하면서 마무리된다.

세월호 참사 당일인 지난 2014년 4월 16일 오후 5시 10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던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고 물어 논란이 됐다. (사진=YTN 화면 갈무리)


‘세월호 7시간 의혹’ 언급 없어…朴, 주로 집무실 아닌 관저서 업무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해서는 판결문에 명확한 언급은 없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이 보고를 제때 받을 수 없었던 흔적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재판부는 “세월호 사고 발생 무렵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국무회의나 외부 행사 등 공식적인 일정을 제외하고는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근무하지 않고 주로 관저에서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힌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 등 관계 공무원들과 직접 대면하는 방식은 ‘드문 일’이라고 설명한다.

대신 박 전 대통령은 대부분 서류를 통해 보고를 받았다. 보고 방식은 주로 정호성 전 비서관에게 이메일을 보내거나 제2부속비서관실 이모 행정관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할 서류를 오후 6시 30분까지 모아뒀다가 대통령 침실 입구 탁자에 올려놓는 식으로 이뤄졌다. 수석비서관실에서 나오는 중요한 보고서 역시 친전(親展)으로 정 전 비서관에게 전달됐지만, 이 역시 모아뒀다 한꺼번에 전달되는 형태였다.

세월호 참사 당시도 마찬가지로 청와대 직원은 사고 보고서 1보를 오전 10시 20분께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하지 않고 대통령 침실 앞에 있는 탁자 올려뒀다.

재판부는 “정무수석실에서는 오전 10시 36분부터 같은 날 오후 10시까지 정 비서관에게 11회에 걸쳐 ‘4·16 여객선 침몰 사고 상황’ 보고서를 이메일로 발송했다”며 “하지만 정 비서관은 이를 즉시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이 아니라 불상의 방법으로 여러 번 나눠 전달했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실시간으로 보고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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