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부처·공자 출마해도 '네거티브 망신살' 못 피해

선거캠페인서 네거티브 활용법 제안
피할 수 없다면 '검증'으로 인식해야
독설·비아냥·지역감정자극은 최하급
법적 검토하고 타당성 갖춰 대응해야
…………………………………………
네거티브 아나토미
배철호·김봉신|344쪽|글항아리
  • 등록 2017-04-12 오전 12:15:02

    수정 2017-04-12 오전 10:38:51

[이데일리 오현주 선임기자] ‘송영길-닝기리’ ‘유시민-빽바지’ ‘천정배-천사인볼트’ ‘강기갑-공중부양’ ‘이인제-피닉제’ ‘추미애-추다르크’.

오해는 마라. 줄줄이 나열한 인물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은 전혀 없다. 단순치 않은 논리전개를 위한 불가피한 인용일 뿐이다. 이들의 별스러운 호칭이 ‘네거티브’(negative) 공세에서 비롯한 ‘딱지 붙이기’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내보이려는 거다. 유시민 전 장관이 흰바지를 벗은 게 도대체 언제인가. 공중부양으로 이단 옆차기를 날리던 강기갑 의원은 이제 이 동작이 힘들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이들의 이름에 붙는 화려한 수식은 포털사이트 연관검색어 수준이다. 여기서의 교훈은 네거티브의 결정판인 ‘레이블링’에 휘말리지 않도록 조심하란 거다.

‘네거티브’를 곧이곧대로 옮기면 ‘부정적’ ‘소극적’이란 암울한 뜻이 나온다. 역설적으로 이 말이 가장 역동적일 때는 선거를 앞두고다. 캠페인이란 단어를 붙여 ‘흑색공방’ ‘흑색선전’으로 부활한다. 상대 후보에게 흠집을 내는 행위 말이다. 선거철이 되면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은 네거티브 캠페인은 안 하겠다고 다짐을 한다. 하지만 세상 선거에서 네거티브가 없던 적은 거의 없다. 더 독한가, 덜 독한가의 차이만 있을 뿐. 실제 참모로, 여론조사자로 선거현장을 생생하게 경험한 두 명의 정치컨설턴트가 나섰다. 차라리 이럴 바엔 ‘네거티브’ 자체를 양지로 꺼내서 얘기라도 해보자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책은 이미 널리 통용하고 있는데도 그간 모르는 척 함구했던 네거티브 선거에 관한 모든 것이다. 어차피 네거티브를 들이대는 것도 방어하는 것도 후보자의 자질이나 인품에 따라 달라질 터. 성향대로 성질대로 다 드러낸 것을 라이브로 따져보자는 측면에선 이보다 적확한 잣대가 없을 거다. 대상은 당연히 ‘선수들’이다. 후보자는 물론 선거기획자와 참모까지. 이들을 앞세워 선거현장에서 말과 말, 세와 세, 기와 기, 돈과 돈, 지략과 지략이 맞붙는 ‘초특급 울트라 난타전’인 선거에 대해 말한다.

▲네거티브, 무조건 네거티브하게 보지 말라

흔히 갖는 네거티브에 대한 반전코드를 곳곳에 심었다. 저자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이렇다. 네거티브를 무조건 네거티브하게 보지 말라는 거다. 왜? 네거티브도 검증이니까. 선거판에 나섰다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칼이니까. 게다가 선거는 전쟁이라는데, 전쟁은 이겨야 하고 승리전략에 속임수가 빠질 수 없다. ‘꼼수’라고 부르는 그 속임수의 대표격이 네거티브가 아닌가.

그렇다면 후보자의 자질이나 인품만 따지는 선거라고 할 때 과연 네거티브가 사라질 수 있나. 누구도 함부로 명함을 못 내밀 성인군자들이 선거에 나선다면? 예컨대 자유천국당의 예수, 더불어열반당의 부처, 군자의당의 공자가 나섰다고 치자. 어차피 돈들은 없을 테니 청렴한 선거는 자명할 테고, 평소 지론대로 원수와 적까지 사랑하는 인격체의 잔치판을 완성할 건가. 이에 대해 저자들은 ‘무슨 명랑만화 같은 소리냐’고 한다. ‘사흘 만에 부활’이란 허위사실 유포에, ‘태어나자마자 말했다’는 뻥쟁이란 비난, 변변한 스펙도 없이 성인반열에 올랐다는 무자질 논란까지 걸리는 내용이 한둘이 아니란 거다.

선거판에서 완전무결은 ‘허황된 꿈’일 뿐. 링에 올라가면 검증은 피할 수 없다. 여기에 네거티브 공세까지 받으면 망신살도 피할 수 없는 일이 된다. 자격미달인 후보들이니 선거를 취소한다? 천만에. 누구라도 뽑아야 하는 게 선거다. 따지고 보면 선거는 미결정층·부동층을 따먹는 게임이고 중원을 점하는 싸움이다. 그 혈전의 장에 대상과 목적 없이 그냥 떠다니는 말은 없다. 바로 그것이 네거티브란다.

▲톤·수위 조절하지 못하면 ‘독’

후보자 셋이 TV토론에 나섰다. A후보는 주 타깃을 B후보로 생각한다. 이슈가 되고 있는 청렴성·도덕성 문제를 쟁점화하면 승산이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만약 C후보가 B후보의 약점을 공격적으로 밀어붙인다면 자신은 슬그머니 비켜가는 ‘차도살인지계’를 전술로 잡았다. 카메라가 돌자 예상대로 A후보와 B후보는 서로 물고 물리는 과격한 장면을 연출했다. 그 와중에 C후보는? 꼬리표처럼 따라붙던 음주운전 사실을 솔직히 시인하고 꾸벅 사과를 한다. 토론 마지막 즈음엔 잘난 공방을 이어가던 A와 C후보를 향해 결정적 한방까지.“지금 두 분 여기서 뭐하시는 겁니까.” C후보의 화끈한 서포트를 기대하던 A후보의 얼굴이 순간 딱딱해졌다. 선거결과? C후보의 승리였다.

A후보의 실수는 네거티브의 톤과 수위를 조절하지 못한 거다. 이런 경우 아무리 그럴듯한 소재라도 즉각 독이 돼 꽂힌단다. 더 결정적으론 B후보에서 빠진 표가 자신에게 돌아올 거란 착각을 한 것. 좀더 섬세한 운용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네거티브에도 격조와 원칙 있다

격하게 카운트다운을 시작한 2017년 대선. 네거티브란 말은 후보자 이름만큼 자주 들린다. 이미 불가피한 현실이 됐다면 잘 쓰면 된다는 것이 저자들의 판단이다. 사실관계를 확인한 네거티브 소재라면 어떻게든 써야 하고, 쓰는 것이 선거의 ‘정석’이란다. 윤리와 도덕, 당위와 인내? 이런 ‘포지티브’로는 선거 자체가 성립이 될 수 없다. ‘칼은 써야 칼’이니까. 다만 네거티브에도 격조와 원칙은 있다고 했다.

일단 네거티브 기본요소를 챙기는 거다. 법적 검토를 하고 타당성을 갖추고 진정성을 심고. 시기도 따져야 한다. 언제냐에 따라 결과는 판이하다. 장비점검이 끝났다면 장전. 쉽고 공감받을 논조가 좋단다. 독설·비아냥·지역감정. 이런 트집은 최하급에 속한다. 장타보다는 정타란다. 잘 맞춰야 멀리 나간다는 뜻이다. 그저 창고대방출 수준의 잡다한 공략은 초점까지 흐리게 만들 수 있다.

그러면 방어는 어찌할 건가. 네거티브 공격을 받으면 십중팔구는 고개부터 가로젓는다. 그보단 차라리 무시를 하거나 깨끗이 사과하는 것이 낫단다. 그게 아니라면 근거를 없애든지 제시하든지 둘 중 하나의 제스처가 필요하다.

어떤 후보가 당선에 가까운지 알려줄 걸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당선이란 게 어디 좋은 책 읽고 토론하고 고민해서 손에 쥐는 건가. 사실 이는 네거티브가 흥행한 배경이기도 하다. 공식도 없고 매뉴얼도 없는 판국에 이보다 쉬운 상대 때리기가 또 있겠나. 네거티브는 ‘비대칭 전력’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유용한 방법이다.

깔끔한 정리, 명쾌한 해석이 읽는 맛을 돋운다. 그럼에도 텍스트 밖의 실태를 잔뜩 묻힌 허무감은 어쩔 수 없다. 네거티브를 도구로 써야 할 만큼 우리의 리더찾기는 이토록 험난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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