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회의록 전문을 일반문서로 재분류하고 자의적인 판단으로 공개한 것은 분명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 특히 야권으로부터 대선 개입 사건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로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국정원이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린 것은 누가봐도 떳떳치 못하다.
공개된 내용은 전문이 아닌 발췌록으로 발언의 취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NLL을 바꿔야 한다’ ‘평화경제 지도로 덮어야 한다’ ‘서해평화지역 반대하면 바보’라는 등의 노 전대통령발언은 해석하기에 따라 논란을 증폭시킬 소지가 충분하다. 여야는 이를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며 상대방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삼을 게 분명하다.
대화록 공개의 가장 큰 부담은 남북관계가 다시 경색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체제와 지도자의 존엄성에 대해 극도로 민감한 북한이 대화록이 공개될 경우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해 남북대화에 등을 돌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현 정부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극단적인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나라와의 정상외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부담은 박근혜 정부가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태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