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부친인 고(故) 임성기 선대회장의 별세 이후 그룹 조직도에서도 이름이 사라지며 경영권에서 철저히 배제됐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번 OCI그룹-한미약품그룹의 통합 과정에서 불거진 경영권 분쟁에서 ‘임종윤 사장은 그간 한미약품 경영에는 관심이 없고 개인 사업에만 전념했다’고 지적한
한미약품(128940) 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 2020년 11월1일 기준 한미약품 조직도. 임종윤 사장이 조직도에서 빠져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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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윤 사장은 11일 “2020년 8월 고 임성기 회장의 작고 이후 송영숙 회장이 지주사 대표에 오른 이후 본인은 각자 대표였음에도 조직도에서 사라졌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송 회장이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각자대표에 오르고, 사모펀드(PEF)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가 경영권에 개입하면서 각자대표인 임 사장의 입지가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데일리가 입수한 2020년 11월 기준 한미그룹 조직도에서 임종윤 사장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장녀 임주현 부사장과 차남 임종훈 부사장은 각각 경영관리부문 하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20년 8월 임성기 회장 별세 이후 송영숙 회장과 임종윤 사장이 각자대표에 올랐으나, 이후 조직도에서 배제된 뒤 사내이사에서도 재선임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임 사장은 “2022년 일방적으로 재선임 불가 통보를 받았고, 대신 그 자리는 라데팡스에서 추천한 사외이사가 선임됐다”며 “당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음에도 가족 간 갈등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우려해 결국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각자대표임에도 불구하고 그중 한 명이 조직도에서 빠지고 인사재무권에서 제외된 심각한 폄훼”라며 “업무 배제가 된 이유가 무엇인지 현재까지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미약품은 임 사장에 대해 “지난 10년간 한미에 거의 출근하지 않았고 본인이 사내이사로 재임하는 한미약품 이사회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며 “임 사장은 개인 사업에만 몰두했을 뿐 정작 한미약품 경영에는 무관심했다. 그랬던 임 사장이 갑작스럽게 ‘한미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회사를 공격하고 있다”고 지적해온 바 있다.
하지만 임 사장은 이 모든 과정이 한미약품 측의 일방적인 배제 탓이라고 반박했다. 한미그룹에서 진행하는 모든 사업과 재무, 인사 등 결정권에서 철저히 배제됐기에 오히려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다. 임 사장은 “이런 상황 속에서 ‘회사에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개인 사업에만 전념했다’는 주장은 인과관계를 뒤집는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조직도 없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냐고 여러 번 문의한 결과 2022년 4월 하부 조직 없이 회장 아래 덩그러니 미래전략 담당으로 조직도에 그려 넣었다”고 설명했다.
| 2022년 4월1일 기준 한미약품 조직도 일부. 임종윤 사장이 미래전략 담당으로 표기돼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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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사장은 이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한미약품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력한 점을 강조했다. 임 사장은 “당시 파이프라인과 생산설비의 공동개발이 확보되면 모더나 대항마로써 한국이 제약 강국이 될 수 있었다”면서 “그런데 한국에 돌아와보니 내가 제안하고 한미사이언스가 진행하던 백신 허브 협력체가 돌연 한미약품 3자 협의체(녹십자, 동아에스티)로 변경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송 회장에게 라데팡스가 경영자문을 시작한 이래 주요 한미약품그룹의 박사급 임원 2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며 “(OCI그룹처럼) 제약바이오 비전문 기업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중요한 의사결정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4명의 결의만으로 통과됐다는 점은 일반 주주들의 권익이 철저히 무시된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임 사장은 “주주와 고객의 믿음이 곧 브랜드임을 알면서도 이러한 사실을 밝힌 데에 따른 책임을 달게 받겠다”며 “이제는 우리나라의 대표 제약사가 올바른 이사회의 독립성, 대표이사의 자격과 검증, 내밥그릇 보전과 거수기 관행의 종식에 밑거름이 되길 바라면서 위기를 기회로 삼아 잠시 멈춰진 제약강국의 항해를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