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만장굴. 더위가 가시지 않은 여름 날씨에도 동굴 입구에 들어서는 사람마다 보이는 반응은 비슷했다. 만장굴의 내부 온도는 섭씨 12~15도로 한 낮에도 서늘함을 느낄 정도다.
동굴 내부는 바닥과 벽 곳곳에 용암이 흘러간 흔적을 간직하고 있었다. 굽이굽이 흘렀던 용암길은 새끼줄처럼 바닥에 새겨졌고, 브이(V)자 협곡처럼 길게 뻗어있는 곳도 있다. 천장에는 박쥐가 서식하는 구멍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여름보다 겨울에, 대중에 공개된 곳보다 비공개된 곳에 박쥐가 더 많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제주도는 경관적 가치와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7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작은섬에 360여 개의 오름과 160여 개의 용암동굴이 분포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세계자연유산마을보존회는 오는 10월 1일부터 16일까지 ‘2022 세계유산축전-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진행한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제주 세계유산의 가치와 의미를 알리기 위해 자연·문화유산을 활용한 복합축제다.
축전의 백미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 ‘만장굴 전구간 탐험대’를 통해 그간 대중에 공개되지 않았던 구간까지 모두 탐사할 수 있다. 이날 해설을 맡은 이진석 학예연구사는 “전 세계에 많은 용암동굴이 있지만 만장굴과 같이 오래 전에 형성된 동굴 내부의 형태와 지형이 잘 보존돼 있는 동굴은 흔치 않다”며 “바닥의 모양을 통해 용암이 어느 방향으로 흘렀는지 추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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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길이 7.4km에 폭 18m, 높이 23m에 이르는 만장굴은 세계적으로도 규모가 큰 용암동굴이다. 1만년 전 제주도 거문오름에서 솟아오른 용암이 낮은 곳을 향해 바다까지 약 14㎞를 흘러내리는 과정에서 여러 개의 동굴이 형성됐다. 만장굴(7.4㎞), 김녕굴(700m), 벵뒤굴(4.5㎞), 용천동굴(3.4㎞) 등 이 과정에서 형성된 동굴을 ‘거문오름용암동굴계’라고 하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만장굴이다.
올해는 9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총 12명이 ‘만장굴 전구간 탐험대’에 선정됐다. 10월 1일부터 3일, 10월 3일부터 5일 두차례에 걸쳐 6명씩 전구간을 탐사한다. 만장굴의 공개구간인 2구간과 비공개구간인 1·3구간을 함께 탐사할 수 있는 유일한 프로그램이다. 탐험대원들은 고(故) 부종휴 선생을 통해 발견된 만장굴의 가치를 경험하게 된다.
3구간은 지상에서 15m 아래에 위치해 있어 레펠을 타고 내려가야 한다. 해설을 맡은 김상수 운영단장은 “동굴 입구에 햇빛이 비치면 웅장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가 더욱 도드라진다”며 “동굴의 제일 아래쪽이 1구간인데 부 선생이 처음 동굴을 발견했을 때 정한 대로 지금도 따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인의 접근이 막혀있던 ‘김녕굴’의 문도 열린다. 김녕굴은 모양이 꾸불꾸불하고 뱀과 관련한 전설을 간직하고 있어 ‘사굴’이라고도 불린다. 동굴 입구에 바람을 타고 날아온 고운 모래가 덮여 있다. 조개껍질과 산호가루로 된 모래로, 해안에서부터 날아온 탄산염 퇴적물이다. 입구에 낙석이 있어 안전상의 이유로 개방하지 않고 있지만, 17일의 축전 기간에는 김녕굴의 내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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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천리의 경우 넓은 잔디밭에서 진행하는 캠핑과 제주의 전통떡으로 불리는 ‘기름떡’을 만드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찹쌀가루를 이용해 만드는 기름떡은 아이들과 함께 찾은 가족들이 즐기기에 좋다. 양영선 덕천리 사무장은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유명해진 팽나무도 이 곳에 있다”며 “봄과 가을 모두 경치가 예뻐서 신혼부부들이 웨딩촬영을 하러 오는 곳으로도 유명하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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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한라산~거문오름용암동굴계~성산일출봉 전역을 5박 6일간 직접 걷고 야영하는 체험 프로그램 ‘세계자연유산 순례단’과 제주의 자연 친화적 분위기를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페스티벌 사이트’, 뮤직 페스티벌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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