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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임슬아(24·서울 연희동) 씨는 인형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임씨는 자취 5년차 ‘혼족’(혼자 사는 1인 가구)이다. 독서와 영화감상 등 무형의 취미를 즐기던 임씨가 ‘인형 홀릭’이 된 건 1년 전, 인형 뽑기 기계에서 인형 하나를 뽑게 되면서다.
임씨는 “인형수집이 유아적 소비라는 편견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인형을 통해 심리적 안정과 소소한 기쁨을 얻었고 지금은 당당한 취미생활이 됐다”고 말했다.
◇ “눈치 볼 것 없다”...‘혼족’과 함께 크는 키덜트 시장
‘욜로(YOLO)’를 지향하는 ‘혼족’이 키덜트(Kidult) 열풍에 불을 지피고 있다. 키덜트는 ‘아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다. 아이와 같은 감성과 취향을 가진 어른들을 뜻한다. 욜로는 ‘You Only Live Once’의 줄임말이다. 즉, ‘인생은 한 번 뿐’이라는 가치관을 지닌 2030세대가 혼자 지내는 외로움을 덜어내기 위한 해법으로 각종 캐릭터 상품과 인형 등을 소비하면서 ‘어른 장난감’이 새로운 유통가(家)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2일 롯데멤버스에 따르면 연도별 소셜 미디어 빅데이터 언급량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혼자’에 대한 데이터가 전년 대비 37.9%로 대폭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3년간 월별 ‘혼자’에 대한 언급량 추이를 보면 5월, 8월, 12월에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5월은 긴 연휴 탓에 감정적으로 외롭다는 반응이 다른 시기에 비해 많았다.
온라인 쇼핑몰 한 관계자는 “나홀로 생활을 지향하는 소비자들은 연휴를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혼족이 장난감이나 캐릭터 상품을 구매하는 ‘핵심 키덜트 그룹’으로 떠오르면서 이들을 겨냥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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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마산점은 5층 특설행사장에서 오는 5일까지 키덜트의 ‘핫 아이템’인 드론 체험 및 판매행사를 연다. 조작이 쉬운 미니드론(CX-10D, 2만9900원)부터 중급자용 드론(X8SC, 12만9000원)까지 다양한 제품이 판매 대상이다. 쿠팡은 5월 황금연휴를 맞아 드론 및 레고 등을 최대 15%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국내 최대 아트토이 행사인 ‘아트토이컬처 2017’도 오는 7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행사에는 ‘어른 장난감’의 대명사인 스타워즈와 아트토이 작가들이 협업한 특별전시도 열린다. 키덜트족이 황금연휴를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진 셈이다.
◇ “키덜트 산업, 욜로·혼족의 ‘욕구’ 먹고 자랄 것”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6 콘텐츠 산업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 키덜트 시장 규모가 2014년 5000억원에서 매년 20%씩 성장해 2016년 1조원 대를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키덜트 시장의 ‘핵심 아이템’으로 꼽히는 드론과 피규어는 지난해 12월 기준, 전년 대비 매출이 각각 21%, 127%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5월 연휴를 비롯해 특정시기에 국한된 키덜트 프로모션이 향후 더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과거에 비해 ‘하고 싶은 것’과 ‘즐기고 싶은 것’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키덜트 시장 규모가 점진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얘기다.
권동현 경기대 애니메이션영상학과 교수는 “키덜트는 1940년대부터 캐릭터 산업이 발달한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핵심 산업수요가 된 지 오래”라며 “그런 면에서 국내시장에서 최근 일고 있는 키덜트 붐은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권 교수는 “욜로와 혼족 등으로 불리는 이들은 자신의 기본 욕구에 충실한 사람들이고 이들이 키덜트 산업을 이끌고 있다”며 “기업이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을 더 확대하게 된다면 키덜트는 유행을 넘어 하나의 산업군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