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혁 기자]가톨릭대 3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22)씨는 추석연휴에도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고향에 내려가지 못했다. 당장 이번 달에 지낼 고시원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등록금에 고시원비까지 준비하느라 연휴지만 쉬지 못했다”며 “등록금보다 다음주에 납부할 고시원비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주요대학들의 기숙사 수용률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기숙사에 입주하지 못한 학생들은 등록금과 주거비 마련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3일 대학 알리미에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소재 42개 대학 중 기숙사 수용률이 10% 미만인 대학은 22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덕여자대학교는 기숙사가 아예 없으며 ▲광운대 1.7% ▲세종대 1.8% ▲성신여대 2.8% ▲상명대 3.1% ▲한성대 3.2% ▲홍익대 4.2% ▲한양대 6.3% 순으로 기숙사 수용률이 낮았다. 외대(8.1%), 이화여대(8.2%), 덕성여대(8.7%)도 사정은 비슷하다.
| 흑석동 중앙대학교 후문에 걸려있는 원룸 관련 게시물. 학교와 가까울수록 원룸 보증금이나 월세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
|
이처럼 턱없이 낮은 기숙사 수용률 탓에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한 지방 학생들은 학교 인근 원룸이나 고시원으로 몰리는 실정이다. 성신여대 4학년 박모(23)씨는 “최근 전월세 가격이 폭등하면서 학교 주변 방값도 천정부지로 뛰었다”며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해 고시원에 들어가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일정 수준 이상의 학점과 통학거리 등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 기숙사에 입실해도 학생들 입장에서는 비용이 부담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최근 대학들이 민자유치 방식으로 기숙사를 지어 기숙사비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숭실대 경영학과 3학년 권모(23)씨는 “식비를 제외한 기숙사비만 일년에 200만원이 넘는다”며 “등록금에 기숙사비까지 합치면 학생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말했다.
임은희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들이 민자유치로 기숙사를 지은 탓에 수용률은 줄고 기숙사비만 높아진 곳이 많다”며 “기숙사 지을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기숙사가 늘어날 여지는 적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