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에 뚫린 4대강, 겁나는 장마

낙동강서.. 영산강서.. 가물막이·상수도관 터지고 임시도로 끊기고
무차별 준설·속도전이 원인.. 사망사고·식수대란 잇따라
  • 등록 2011-05-13 오전 7:21:23

    수정 2011-05-13 오전 7:21:23

[경향닷컴 제공] 
성난 물살… 대란의 전조? 4대강 공사현장 영산강 6공구 광주 서창교 앞 임시 물막이가 붕괴되면서 12일 강물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물막이가 무너지면서 강 아래 상수도관이 쓸려내려가 수돗물 공급이 끊기는 사고가 발생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4대강 공사현장 곳곳에서 사고가 터지고 있다. 봄비에도 가물막이와 상수도관 등이 터져 식수대란이 일어나고 임시도로까지 끊겼다. 장마철에는 더 큰 ‘재앙’이 닥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6월까지 준설공사, 9월까지 보공사를 끝내야 한다는 속도전이 이 같은 사고를 야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영산강 6공구 서창교 앞에 대규모 준설에 따라 노출된 상수도관이 거센 물살 때문에 터졌다. 이 사고로 광주시 광산구 신흥동 신야촌·도호마을과 서구 벽진동·세하동 등 강 양쪽 마을 200여가구에 수돗물 공급이 끊겨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날 사고는 강바닥에 매설됐던 수도관이 대규모 준설공사 때문에 노출된 가운데 3일째 계속된 비로 영산강 강물이 크게 불어나면서 거센 물살과 자갈 등이 상수도관을 파손했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기존 상수도관을 막고 이날 아침 임시로 상수도관을 다리 상판 위로 얹어 신흥동 등에 수돗물을 다시 공급했다. 주민 최모씨(도호마을)는 “갑자기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저녁식사 준비를 하지 못한 가구가 많았다”면서 “정부가 종합적 대책도 없이 강만 파다보니 이런 엉뚱한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경북 구미시 등에서도 4대강 공사와 관련한 사고로 상당수 주민들이 5일째 ‘물 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 4대강 사업에 따른 준설 등으로 강 수위가 낮아지는 바람에 설치했던 구미광역취수장의 가물막이가 유실됐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오후 3시30분쯤에는 낙동강 22공구인 경북 고령군 다산면 월성리의 배수문공사를 위한 임시도로 비탈면 20여m가 무너져내렸다.

이 밖에 지난 3월1일에는 경북 구미 선산읍 원리 낙동강 공사장에서 가물막이 30여m가 유실됐다. 이 사고로 강 안쪽에서 가물막이 보강작업을 하던 노동자 4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되기도 했다. 4대강 공사가 시작된 2009년 8월부터 지금까지 무려 20명이 작업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속도전을 벌여 철야작업까지 불사하는 바람에 생기는 불상사이다.

이처럼 해빙기와 봄비에도 4대강 사업장에서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자 ‘장마철에는 더 큰 재앙이 닥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동식 구미YMCA 사무총장은 “4대강 사업이란 이유로 전국의 모든 강 곳곳을 파헤쳐놓고 속도전을 펴니 적은 비에도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이라며 “장마철이 되면 어떤 재앙이 닥칠지 두렵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해양부는 우기에 대비해 15일부터 10월15일까지 4대강 홍수대책상황실을 운영키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가교나 가물막이 등 물 흐름을 막는 시설도 다음달 말까지 철거하고 우기가 시작되기 전 전문가 등으로 합동점검단을 구성, 일제 점검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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