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보는 증시]판호발급 해프닝이 보여준 슬픈 현실

지난 30일 삼국블레이드 중국 판호 발급설 돌아
게임주 일제히 상승했다 부인 발표에 다시금 하락
게임업계 "한국게임 맞아도 아니어도 문제" 지적
  • 등록 2019-11-02 오전 7:30:00

    수정 2019-11-04 오후 1:42:10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30일 장 개장 전 게임 업계는 물론 주식시장 전체가 들썩일 만한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국내 게임업체 액션스퀘어(205500)가 개발한 모바일 게임 ‘삼국블레이드’가 3년 간 발급이 막혔던 중국의 판호(게임 서비스 허가권)를 획득했다는 것. 삼국블레이드의 경우 증권가에서 판호 발급을 유력하게 점쳐왔던 터라 시장 관계자들은 ‘올 것이 왔다’는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런 분위기는 즉각 증시에 반영됐다. 개장 직후 액션스퀘어는 상한가까지 치솟았고 액션스퀘어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예정인 와이제이엠게임즈(193250)의 주가 또한 급등했다 삼국블레이드 개발에 참여한 넷게임즈(225570)넷마블(251270) 주가 또한 각각 8.5%, 5.67% 오름세를 보였고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뮤’의 개발사 웹젠(069080)이 4.2%, 마찬가지로 인기 게임 던전앤파이터 개발사 넥슨의 관계사 넥슨지티(041140) 역시 전 거래일 대비 6.4% 오르는 등 게임주들의 상승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오후 상황은 반전됐다. 액션스퀘어 측이 “이번에 판호를 받은 삼국주장록은 중국업체인 넷이즈의 자체 제작 게임으로 삼국블레이드와는 다른 게임”이라고 밝힌 것. 이에 따라 장 마감 30분을 앞두고 액션스퀘어는 당일 주가 상승분을 모조리 반납했다 막판 반등하며 전 거래일 대비 11.04% 오른 17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 해프닝은 넷이즈의 삼국주장록과 액션스퀘어의 삼국블레이드가 매우 유사한 게임 시스템과 그래픽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발생했다. 달리 해석하면 중국 게임 업체들이 한국 유명 게임을 모방한 뒤 판호를 발급받아 서비스를 진행하는 일이 가능하단 이야기다. 실제로 펍지의 대표작인 서바이벌 슈팅 게임 ‘플레이어 언노운스 배틀 그라운드’를 모방한 넷이즈의 ‘황야행동’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넷이즈와 펍지 간 소송전이 벌어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이 사드 사태 이후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를 제공하지 않자 넷이즈 자체 제작 게임으로 우회해 판호를 발급받은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삼국주장록이 내자판호가 아닌 외자판호로 신청을 했다는 점, 중국 넷이즈 홈페이지에 공개된 ‘삼국주장록’의 홈페이지 명이 ‘sgblade.163’ 이라는 점, 삼국주장록과 삼국블레이드의 그래픽과 캐릭터 등이 너무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게임 업계에서는 이번 해프닝을 보면서 쓸쓸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삼국블레이드가 한국 게임이 아니라면, 중국 회사가 한국으 유명 게임을 그대로 모방해 서비스해도 제제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아쉽고 한국 게임이 맞다면 국산 게임이라 당당히 밝히지 못할 정도로 중국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면서 “국내 모바일 게임 순위도 중국 게임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우리나라 게임 산업이 중국에 점차 예속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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