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동호대교 20대 여성 자살의심자, 주변 수색 바람.”
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 소속 문민선(42) 경위는 작년 2월 실종신고를 받고 출동, 교량 아래를 돌며 수색작업에 나섰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겨울철 차가운 물속에서 잠수수색을 이어가길 한 달, 포기할 수 없었다. 실종자 아버지가 수색 중인 대원들을 향해 매일 ‘90도 인사’를 하는 모습을 봐온 문 경위는 “남겨진 사람이라도 구해야겠다”는 일념뿐이었다.
| 한강경찰대 문민선 경위가 한강경찰대 망원한강치안센터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
|
이 때문에 그는 한달여 뒤 반포대교 인근에서 맨손으로 시신을 인양하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매일 실종자 사진을 봐왔던 터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문 경위는 “실종된 동호대교에서 멀리 떨어진, 매일 아버지가 나와계셨던 반포대교에서 발견됐다”며 “시신이라도 꼭 찾길 바라는 아버지의 간절한 마음이 닿은 것 같다”고 말했다.
누군가에게 한강은 낭만의 공간이지만, 어떤 누군가에게는 이생과의 작별을 고하는 곳이다. 한강경찰대에서 근무한 지 4년 차인 문 경위는 “부임 후 투신자가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했다. 서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 10명 중 1명꼴로 한강을 택하고, 작년 21개 한강 다리에서 투신 시도는 총 1000회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니 말이다.
한강경찰대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차가운 한강 물에서 시신을 건져내는 사투를 벌이고 있다. 주된 업무는 수상 인명구조와 잠수수색, 변사체 인양업무 등이다. 망원·이촌·뚝섬·광나루 등 4개 센터를 중심으로 40㎞ 넘는 한강 주변을 관할하는 한강경찰대는 작년 3647번 출동했으며, 출동건수는 하루 평균 10건에 달한다. 이 기간 44명의 소중한 생명을 구조했고, 112구의 시신을 수습했다.
올해로 경찰생활 15년째인 문 경위가 2008년 101경비단에서 대통령 경비를 맡다 3년 전 한강을 지키게 된 것은 2019년 9월 한강에서 열린 ‘철인 3종경기’ 수영 경기 중 물살이 갑자기 거세져 100여명이 휩쓸린 사고가 계기가 됐다. 문 경위는 당시 운동을 하러 나왔다가 사고를 발견, 구조에 동참했다.
| 한강경찰대 문민선 경위(사진=이영훈 기자) |
|
생명을 구조한다는 보람있는 업무이지만, 늘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2020년 2월 가양대교 부근 한강으로 투신한 남성을 수색하는 작업에 투입된 고(故) 유재국 경위가 순직하던 날, 문 경위도 현장에 함께했다. 그는 “당시엔 조직 전체가 슬픔에 빠졌고, 개인적으로 죽음 앞에 겁이 나고 무섭기도 했지만, 묵묵히 자리를 지키면서 동료 몫까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로 한강경찰대원들은 비공개였던 27개 한강 다리 설계도를 받아 구조를 파악, 특이사항을 인지하고 잠수수색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문 경위는 “기본적으로 수영과 잠수를 잘하고 배도 잘 몰아야 하지만, 늘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다 보니 손발이 잘 맞아야 해 팀원들과 소통, 협동, 공감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업무 특성상 ‘강철 체력’을 자랑하는 한강경찰대원들이지만, ‘변형 3교대’ 근무는 만만치 않은 점으로 꼽았다. 문 경위는 “사고 이후 많은 개선이 이뤄졌지만, 아직 근무체계는 ‘주주주야휴야휴야휴’로 주야가 바뀌니까 피로도가 심하다”며 “인명구조 업무 등 중요한 업무를 하는 만큼 4교대 근무 등 인원충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삶의 끈을 놓지 말아달란 호소도 덧붙였다. 문 경위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면 99%는 ‘살려달라’고 하고, 나머지 1%도 구조를 하면 순순히 응한다”며 “죽고 싶은 마음 한켠에 살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까 한강으로 오는 것 같다. 죽음이 능사는 아니니 꼭 조금이라도 더 살아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