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빛 본 원격의료…의협·시민사회 반발 넘어설까

靑수석 지핀 코로나19 언택트 세상 논의 급물살
의사협회 “비대면진료 한계 대면진료 대체 불가”
시민사회단체 “원격의료=의료영리화” 우려도
  • 등록 2020-05-18 오전 2:21:00

    수정 2020-05-18 오전 2:21:00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20년 가까이 시범사업 딱지를 떼지 못하고 표류하던 원격의료 논의가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13일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이 더불어민주당 총선 당선인 대상 강연에서 원격의료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다. 다음날인 14일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도 비대면의료 도입에 적극 검토가 필요하다는 기본 입장을 지속적으로 견지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거들었다.

2020년 2월24일~5월10일 진료 종별 전화상담 진찰료 청구현황(단위: 기관, 건, 천원)


이같은 긍정적 반응은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무관치 않다. 언택트(untact·비대면) 세상이 가속하며 원격의료의 효용성이 부각되고 있어서다. 하지만 의사협회 등은 기존과 같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다시 시작된 원격의료 논의에 제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헬스케어·전화상담…이름만 다른 원격의료

원격의료는 말 그대로 환자가 직접 병원을 가지 않고 통신망이 연결된 모니터 등 의료장비를 통해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1988년 경기·강원·경북에서 대학병원과 보건의료원 간 원격영상진단 시범사업으로 국내에 처음 도입된 이후 2004년 16개 농어촌시군에서 강원으로 시범사업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9개 시·도 , 45개 시·군, 419개소에서 공중보건의사가 원격지의사로 원격진료에 참여해 보건진료소 공무원 혹은 방문간호사 등 다른 의료인에게 판독, 처지 방법 등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보다 확대하기 위해 강원을 디지털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하고 원격의료서비스 확대를 추진했다. 하지만 원격의료를 반대해온 의사협회 등의 눈치에 실증사업 참여병원은 1곳에 불과했다.

최근 상황은 바뀌었다. 정부가 코로나19 상황에서 의료인과 환자 모두 보호하기 위해 전화 상담 진료라는 이름으로 원격의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진료를 받는 이도, 진료를 하는 이도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전화 상담·처방 이용 건수는 지난 2월 24일부터 4월 1일 까지 2만7000건에서 4월 19일 기준 13만건, 5월 10일 기준 26만2121건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10일 기준 참여 중인 의료기관만 3853개 병원이나 된다. 진료금액만 33억7437만원에에 이른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기관 의견수렴 결과 전화 상담·처방의 경우 기존 대면진료보다 난이도가 높고, 별도 인력과 추가 장비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돼 적절히 보상하기 위해 의원급 의료기관에는 전화 상담·처방을 시행한 경우, 진찰료 외 전화상담 관리료(진찰료의 30% 수준)를 이달부터 추가로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77일간 의원급 12만건 전화진료 성과…의료계 반대 왜

의료계는 원격의료가 오진과 잘못된 치료를 조장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청진하고 촉진하는 등의 대면 진료를 통해 혹시 숨어 있을지 모를 병을 발견할 수 있는데, 원격 진료가 이를 대신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김대하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비대면진료의 경우 한계가 명확해 대면진료를 대체할 수 없다”며 “국내에서만 1만명 이상의 환자가 계속 발생하고 세계적인 확산이 지속하고 있는 코로나19라는 현재진행형의 국가적 재난을 악용한 정부의 행위를 ‘사상 초유의 보건의료위기의 정략적 악용’으로 규정하고 13만 의사의 이름으로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원급 병원에서는 대형병원 쏠림 가속화를 우려하고 있다. 환자들이 1차 병원 대신 대형병원의 원격 진료를 받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복지부 전화상담·처방 현황(2월 24~5월10일 진료분)에 따르면 3853개 기관 중 종합병원은 154개, 상급병원은 28개에 그쳤다. 의원급이 3229개로 가장 많다. 전화상담 건수도 의원급이 11만995건으로 가장 많다. 종합병원은 7만6101건, 상급종합은 4만892건, 병원급은 3만4133건에 그쳤다.

시민사회단체는‘원격의료=의료영리화’라며 반대하고 있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대기업들의 배만 불려주는 정책이 될 수 있다”며 “통신사 등 대기업들 돈벌이를 위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도 성명을 내고 “원격의료를 통한 의료민영화가 진행되면 삼성, LG, SK텔레콤 등 재벌사 원격의료 기기와 통신기업들, 대형병원만 배를 불리우는 대신 환자에게는 의료수준 향상 없이 의료비만 폭등시키는 제도가 될 것”이라며 “원격의료·의료민영화가 아니라 공공의료 강화가 답”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윤성로 대통령직속4차산업혁명위원장은 “원격의료가 의료민영화는 아니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의료 영리화나 의사분들의 경제적 이익 줄이기가 아니고,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의료계가 이에 적극 대응하자는 취지”라며 “원격 의료가 우리의 첨단 보건 의료 시스템을 완성하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격의료사업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추진에 드라이브를 걸기보다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국회 내에서 의료계 전문가와 일반시민, 사회 각계의 의견들을 충분히 들어서 이를 통한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우려되고 있는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논의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이면서도 의료 이용에 있어서 지금 의료 이용의 사각지대라든지 현재의 의료체계의 효율성과 합리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 부분이 논의가 진행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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