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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서울 은평구에 사는 주부 박수영(36) 씨는 최근 갈등에 빠졌다. 다섯 살 딸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이 교육에 좋다고 해서 국내외 상을 받은 그림책을 잔뜩 사왔지만 정작 아이는 책보다 유튜브를 통해 동요 뮤직비디오 보는 것을 더 좋아해서다. 박씨는 “내가 자랄 때와 달리 아동출판물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져 놀랐다”며 “하지만 아이가 책보다는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보기를 더 좋아해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국내 아동출판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국내 아동출판 작가와 출판사의 입지가 해외서는 높아졌지만 국내서는 출산율 감소와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으로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져서다.
보림출판사가 올해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에서 국내 출판사로서는 처음 상을 받았지만 아동출판 작가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그림책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라가치상에서 한국은 2004년 첫 수상을 한 이후 2014년까지 대상 3종과 우수상 9종을 배출했다. 작가 이수지는 지난해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안데르센상에 한국인 처음으로 최종후보에 올라 화제가 됐다.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은 2014년 영국의 대형서점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처럼 해외서 한국의 아동출판물과 작가의 입지는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 시장사정은 좋지 않다. 교보문고의 지난해 아동출판물 판매량은 2012년과 비교해 89%로 떨어졌다. 인터넷서점 예스24도 2012년 아동문학 판매부수가 820만권이었던 데 비해 지난해에는 730만부로 줄어들었다.
창비 어린이출판부 관계자는 “아동출판시장이 예년에 비해 확대되고 있지 않다”며 “그러나 국내 아동작가들의 실력이 계속 높아지고 아동작가를 지망하는 이들과 출판종수 자체는 줄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엔 아이세움 관계자는 “1가구 1자녀이다 보니 오히려 아이에게 최고의 것을 주고 싶어하는 부모가 늘어나고 있다”며 “책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과 교육적 효과가 검증된 만큼 아동출판물 자체가 경쟁력을 잃은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